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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시작" 게임하듯 총질···페북에 '테러 생중계' 17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끔찍한 ‘라이브 테러리즘(Live Terrorism)’이 벌어졌다. 테러범은 손에 무기를, 머리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범행에 나섰다. 눈에 비친 잔인한 장면을 시선과 같은 각도로 촬영해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피비린내 나는 현장은 실시간으로, 여과 없이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에게 전달됐다. 오프라인 참극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광범위한 ‘시각 테러’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자신을 브렌튼 태런트라고 밝힌 남성이 15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범행을 생중계했다. [사진 트위터]

자신을 브렌튼 태런트라고 밝힌 남성이 15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범행을 생중계했다. [사진 트위터]

에잇챈(8chan)에 예고, 페이스북에 중계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테러는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에 17분간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AP통신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자신을 28세 호주 남성이라고 소개한 한 인물은 이날 범행(오후 1시40분) 13시간 가량 전인 한밤 중에 미리 ‘사전 중계 예고’를 했다. 미국 최대 이미지 공유 사이트 ‘에잇챈(8chan)’에 장문의 ‘반이민 선언문’을 올리면서 페이스북 계정 링크를 함께 실었다. “곧 이 계정에서 이슬람 사원 공격에 관한 생방송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고 글을 붙였다.

 이후 해당 페이스북 계정에는 앞쪽 머리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17분짜리 라이브 영상이 올라왔다. 차를 타고 이슬람 사원에 도착하는 장면, “파티를 시작하자”고 말하는 장면, 차에서 내리자마자 총을 쏘는 장면, 트렁크에서 소총을 꺼내 다시 진입해 난사하는 장면 등이 차례로 담긴 영상이었다.

테러 용의자들이 '에잇챈' 사이트에 올린 사전 범행 및 중계 예고글. 최소 13시간 전에 처음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캡처]

테러 용의자들이 '에잇챈' 사이트에 올린 사전 범행 및 중계 예고글. 최소 13시간 전에 처음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캡처]

 해당 영상에는 갑자기 총을 맞고 쓰러지는 피해자들의 얼굴과 몸, 비명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범인은 이미 쓰러져있는 부상자들을 향해 재차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범인은 사원을 빠져나와 다시 차에 탑승한 뒤 자신의 얼굴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리고 “타깃이 너무 많아 제대로 조준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도주 운전을 하면서 종료되는 해당 영상은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아직 이 영상의 정확한 촬영자와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주 현지 언론은 이 인물이 브렌튼 태런트라는 청년이고, 용의자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호주의 저소득 노동자 가정 출신의 ‘평범한 백인 남성’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이번 테러가 백인우월주의 및 반이민 단체에 의한 범행인 것으로 파악 중이다. 총격범들이 남긴 선언문에는 “백인 민족주의 영웅들이 자신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상자 수십명…한국인 피해는 아직 없어

 사망자는 사원 안팎에서 모두 발견됐다. 영상에서처럼 총기 난사가 길을 가던 행인에게까지 무차별로 이뤄진 결과다. 게다가 테러범들은 한 곳이 아닌 두 곳의 이슬람 사원에서 동시다발로 범행을 저질렀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사망자 가운데 30명은 시 중심부에 있는 마스지드 알 누르 사원에서, 나머지 10명은 시 외곽에 있는 린우드 마스지드 모스크에서 각각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아던 총리는 “이번 사건은 명백한 테러범의 공격”이라면서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지금까지 4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아던 총리는 용의자들의 정확한 신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1명은 주범이고 2명은 공범이며, 나머지 1명은 범행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아직 확인된 한국 교민 피해는 없다. 외교부는 이날 “본부 및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사건을 인지한 직후 비상대책반을 설치해 주재국 당국, 현지 한인회 등을 통해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본 교민은 공관이나 영사콜센터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뉴질랜드에 머무는 교민과 여행자가 사건 현장 주변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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