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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美법원 "웜비어 배상" 판결문 또 반송

중앙일보

입력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 송환돼 숨진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 송환돼 숨진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인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에 대한 미 법원의 판결문을 또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워싱턴 DC 법원 "배송 불가" 확인 #5억달러 배상 판결 인정 불가 입장

 1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전날 해당 판결문이 배송 불가로 반송 처리됐다고 온라인 법원기록 시스템에 게시했다. 앞서 북한이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약 5억 달러(56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두 달여만이다.

 이는 미 법원이 내린 판결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북한 측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평양에 보낸 최종 판결문과 한글 번역본 등을 이미 한 차례 반송했다. 법원이 다시 재배송을 했는데도 또 반송해 끝내 수령을 거부한 것이다.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으로 송환됐지만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해 4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이 야만적인 상황 속에서 방치됐었다”면서 “김씨 일가가 인간에 대해 얼마나 잔인한 일을 했는지 인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북한 측은 미 법정 심리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궐석재판으로 북한이 웜비어 유족에게 5억113만여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웜비어 사망 사건은 배상 판결 시기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겹치면서 두 나라 간 미묘한 신경전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가 자국민 사망 사건을 엄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과 같은 ‘깡패들’을 믿는 것은 문제”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트위터에 “나는 오해받는 것을 절대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오토 웜비어와 그의 가족에 관해서라면 그렇다”라며 해명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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