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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봉사활동 중 성추행 왜 외면하나" 서울대에 연이어 붙는 성추행 대자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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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대학교에는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왜 성추행을 외면하나’라는 제목의 기명 대자보가 붙었다. 현재 대자보는 떼진 상태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대학교에는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왜 성추행을 외면하나’라는 제목의 기명 대자보가 붙었다. 현재 대자보는 떼진 상태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대학교에는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왜 성추행을 외면하나’라는 제목의 기명 대자보가 붙었다. 방학 중 베트남 다낭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학생이 현지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이다. 피해 학생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회공헌단 측은 “대자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자보는 떼어진 상태다.

대자보를 붙인 A학생은 “지난 1월 베트남 다낭고엽제피해자센터에서 특수교육 봉사를 진행하던 중 단원 일부가 30~40대로 추정되는 베트남 현지인 지체 장애 남성 2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학생은 사회공헌단 측이 “일 크게 벌리지 마라. 지체 장애인은 성적 욕구 조절이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봉사자로서 이해해야 한다. 이성으로서 신체접촉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라고 말했다고 대자보를 통해 주장했다.

A학생은 대자보에 “사회공헌단 측에서 당시 제공한 매뉴얼은 도움이 되지 못했고 현재까지 성추행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봉사활동은 종료됐다”라며 “글로벌사회공헌단에게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와 성추행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안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동헌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부단장(치의학과 교수)은 “지난 10일 봉사단에 참가한 학생들과 지도교수, 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라며 “대자보에서 학생이 주장한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고 일부는 맥락과 다른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는 것도 학생이 인정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자보에 적힌 봉사단 팀장과 선생님이 말했다는 8가지 언급 중에 일부는 학생, 일부는 현지 한베문화센터 직원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지난 1월17일 베트남 다낭에 재학생 및 관계자 20여명으로 구성된 다낭봉사단 '한다낭'을 파견했다. 사진은 봉사단이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찍은 단체사진.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지난 1월17일 베트남 다낭에 재학생 및 관계자 20여명으로 구성된 다낭봉사단 '한다낭'을 파견했다. 사진은 봉사단이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찍은 단체사진.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홈페이지 캡처]

한 부단장은 “당시 현지에서 매일 평가 회의를 진행했으며 학생이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대책을 제시했다”라며 “베트남어로 안되라고 이야기하기, 선생님에게 도움 요청하기, 남학생과 일대일 짝 지어 활동하기 등 대책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에도 너무 힘든 학생은 호텔에 남아 쉬게 했다”라며 대책 마련에 힘썼다고 말했다.

당시 지도교수로 동행한 서덕규 치의학과 교수는 “좋은 취지로 봉사를 가서 열심히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고충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사회공헌단은 파견 전 인권센터에 의뢰해 안전 교육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러한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미리 세세하게 숙지한 상태는 아니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의뢰를 받아서 교육하는 입장이라 세세한 건 사회공헌단 책임이다”라며 “출국 전 1시간 30분 정도 교육을 받으며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부단장은 “앞으로 교육도 강화하고 메뉴얼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6일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B씨는 ’대학원 과정 4년 동안 지도교수에게 성추행 및 여러 성폭력, 다양한 인권침해 피해를 봤다’라며 교내에 기명 대자보를 붙였다. 해당 대자보는 국어,영어,스페인어 등 3개국어로 제작돼 교내 곳곳에 붙어있다. 박해리 기자

지난달 6일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B씨는 ’대학원 과정 4년 동안 지도교수에게 성추행 및 여러 성폭력, 다양한 인권침해 피해를 봤다’라며 교내에 기명 대자보를 붙였다. 해당 대자보는 국어,영어,스페인어 등 3개국어로 제작돼 교내 곳곳에 붙어있다. 박해리 기자

한편, 서울대에는 최근 성추행 관련 대자보가 연이어 붙으며 학내 성폭력 문제의식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B씨는 지도교수의 성추행을 대자보를 통해 폭로했다. 인권센터는 해당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정직 3개월 징계를 권고했지만 이 처분이 약하다고 주장한 학생들은 특별대응위원회를 구성해 오세정 총장에게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관악경찰서는 A교수가 조교 학생 2명과 강사 1명을 고소한 건에 대해 수사 중이다. A교수는 업무를 위해 알려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e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했고 관련 정보를 인권센터에 유출했으며, 이것이 인권센터의 정직 3개월 권고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고소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제출된 이메일 등 자료는 수신자와 발신자가 모두 확인된 자료로 불법취득한 자료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해당 A교수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특별대응위는 12일 오후 5시 서울대 본관 앞에서 첫 공동 행동을 했다. A교수에 대한 첫 공식 징계위원회 회의는 13일 열린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12일 오후 17시 서울대 본관 앞에는 A교수 파면을 위한 첫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박해리 기자

12일 오후 17시 서울대 본관 앞에는 A교수 파면을 위한 첫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박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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