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분규 장기화에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지역경제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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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 윤정민 기자

르노삼성 부산공장. 윤정민 기자

르노삼성차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가 11일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260여개에 달하는 르노삼성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협력업체의 60%가 부산과 경남에 몰려 있고, 고용 인원이 1만2000여명에 달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 8일까지 부분파업을 했다.

르노삼성 노사 20차례 협상에도 합의 못해 #협력업체 “공장가동률 40%로 하락시 줄도산” #오거돈 부산시장 “GM사태 재현 우려”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 나기원 회장은 11일 “노사 파업으로 오는 9월 르노삼성이 본사의 신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40%까지 떨어진다”며 “현재 공장 가동률 60%가 지속해도 경영이 어려운데 40%로 떨어지면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르노 본사는 오는 9월 신규 물량을 배정받으려면 지난 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르노삼성은 물론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동차 업계 특성상 신규 모델 출시 주기가 4~5년으로 길어 후폭풍이 거세다는 점이다. 나 회장은 “전자제품은 신규 모델 출시 주기가 6개월~1년으로 짧지만, 자동차는 5년으로 길다”며 “현대·기아차와 GM은 자사의 협력업체와 거래를 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손을 잡을 수도 없다. 르노삼성 협력업체는 문을 닫거나 업종 전환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공장의 현장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인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가운데). [사진 르노삼성차]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공장의 현장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인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가운데). [사진 르노삼성차]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20차례 협상을 벌여왔다. 노사는 기본급 인상, 생산라인 속도 하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경쟁력 하락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임단협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사측은 총 1720만원(실적 인센티브 1020만원+원샷 보너스 7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노조는 시간당 생산 대수(UHP)를 60대에서 55대로 낮추고, 전환 배치나 외주화할 때 노사 협의가 아닌 노사 합의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1600명이 희망퇴직해 노동강도가 2배로 늘었다”며 “구조조정과 직결되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측은 전환 배치나 외주화 결정은 경영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노사협력팀 조영신 차장은 “UHP를 낮추면 글로벌 경쟁력이 낮아져 신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전환 배치 결정을 노사 합의로 하라는 것은 노조가 경영권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라며 협상 결렬 이유를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노사 입장이 팽팽히 맞서자 부산시가 중재에 나섰다. 오거돈 부산 시장은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주간업무보고 회의에서“르노삼성 임단협이 타결되지 못하면 GM 사태가 부산에서 재현될 수 있다”며 “협상이 장기화할 시 르노 본사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 협의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사가 이른 시일 내 2차 협상에 돌입해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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