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브런치 레스토랑 ‘에그’. 뉴요커들이 아침마다 줄지어 기다리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난 5일 에그가 서울에 깜짝 등장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신라호텔에서 8일까지 나흘간 팝업 매장 형태로 문을 연 것. 뉴욕지점의 총괄셰프인 에반 핸콜(사진)이 조리해 현지 맛을 그대로 살렸다. ‘한국 손님’들로 북적인 지난 6일 에반 핸콜 셰프를 만나 에그와 이번 팝업 행사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었다.
- 에그는 어떤 레스토랑인가.
- “13년 전 뉴욕의 브루클린에 문을 연 브런치 전문 레스토랑이다. 뉴욕엔 화려한 레스토랑이 즐비해 옷차림부터 신경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그에선 편한 차림으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가성비도 좋아 올해까지 1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뉴욕’의 ‘빕 구르망’ 등급을 받았다. 이 등급은 합리적인 가격(40달러 기준)에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뜻한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단 두 곳에만 매장이 있다. 레스토랑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에그(달걀)’를 활용해 토스트, 마카로니앤드치즈, 비스킷 등을 만든다. 대표 요리는 ‘에그 로스코’다. 식빵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 달걀을 넣은 다음 체다치즈로 덮어 조리한다. ‘브리오슈’라고도 부른다.”
- 다른 브런치 레스토랑과의 차별점은.
- “달걀 요리는 간단해서 요리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에그는 같은 달걀 요리라도 다른 곳과는 맛이 다르다. 그 비결은 ‘식감’이다. 예컨대 오믈렛은 포크를 처음 들 때부터 접시를 비울 때까지 한결같이 포슬포슬하다. 또 모든 메뉴는 철저히 ‘홈 메이드’ 방식을 추구한다. 식재료 대부분은 에그 설립자 조지 웰든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재배한다. 소스도 직접 만든다.”
- 이번 행사에서 인기를 끈 메뉴는.
- “대답하기에 앞서 한국인의 호기심에 놀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인은 늘 먹던 메뉴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처음 보는 생소한 요리에 더 관심을 보인다. ‘비스킷&그레이비’란 메뉴가 그랬다. 그레이비 소스(육즙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비스킷인데 이 요리는 미국에서도 남부 지역의 가정집에서만 즐겨 먹는다. 생소할 텐데도 이번에 많은 사람이 주문했다. 다행히 ‘입맛에 맞는다’는 호평이 많았다. 핫소스 대신 고추장을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웃음). 고구마를 튀겨 만든 ‘해시 브라운’도 인기가 많았다.”
- 서울신라호텔과 협업한 계기는.
- “처음에 호텔에서 협업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좋은 기회’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나라에 우리의 레시피와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렜다. 서울신라호텔은 미쉐린 스타를 받은 식당이 있는 특급 호텔이다. 그런데다 중국·일본·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셰프를 초청해 이벤트를 여는 등 미식 트렌드를 선도한다. 딸기·망고 빙수처럼 디저트에 들어가는 과일을 지역 농가에서 공급받는다고 들었다. 지역 농가와 상생한다는 점도 우리의 운영 철학과 비슷하다.”
- 팝업 행사를 마친 소감은.
- “한국은 메인 음식을 주문하면 다양한 반찬이 따라 나온다는 게 인상 깊다. 각종 채소·나물로 만든 게 많다. 뉴욕에서 ‘가니쉬’를 만들 때 적용해 보려 한다. 특히 채소의 줄기로 담근 김치를 보고 평소 식재료로 쓰지 않던 케일의 줄기를 활용해 봐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외에도 이번에 서울신라호텔 셰프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개인적으로도 발전하는 시간이었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