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밀폐방서 마스크 쓰고 러닝머신…불량품 13% 걸러냈다

중앙일보

입력 2019.03.11 00:08

업데이트 2019.03.1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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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7일 경북 경산시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 마스크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한 업체에서 만든 마스크를 피험자에게 씌우고 누설률평가장비를 이용,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7일 경북 경산시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 마스크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한 업체에서 만든 마스크를 피험자에게 씌우고 누설률평가장비를 이용,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세먼지를 잘 걸러낸다는 마스크가 넘쳐난다. 이들 마스크엔 ‘KF(Korea Filter)’라는 글자와 함께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숫자가 붙어 있다. ‘KF80’ ‘KF94’ ‘KF99’라는 표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머리카락 지름은 약 70㎛. 머리카락보다 10배 이상의 미세입자를 걸러낸다는 성능이다. 과연 마스크에 붙은 ‘KF’와 그 숫자는 믿을 수 있을까.

KF 인증 위해 10시간 8개 검사 #“검사 대기 제품 9개월치 밀려”

지난 7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 마스크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한 곳이다. 마스크 검사실로 꾸며진 센터 301호실로 들어가자 시중에 흔히 보이는 입·코 부분이 불룩하게 솟은 ‘미세먼지(황사) 마스크’ 수십여 장이 보였다.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KF80’ ‘KF94’ 등을 붙여 팔겠다며 식약처에 인증을 의뢰한 것이다. 나형진 시험인증팀장은 “최근 미세먼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인증 검사 대기 제품이 9개월치 정도가 밀려 있다”고 했다. 단순 방한용 마스크와 달리 미세먼지 마스크는 10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까다로운 검사를 통과해야 KF 마크를 붙일 수 있다. ‘여덟 가지 인증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혹독한’ 시험이다.

우선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측정하는 ‘분진 포집 효율’ 시험이다. 한 연구원이 마스크를 플라스틱판에 고정해 분무기가 설치된 검사 장비에 넣었다. 잠시 뒤 분무기가 달린 검사 장비에서 기계음이 30초 정도 났다. 소리만 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초미세먼지(2.5㎛)보다 입자가 작은 염화나트륨(0.6㎛)과 파라핀 오일(0.4㎛)을 뿌렸기 때문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눈엔 안 보이지만 검사 장비가 마스크를 뚫고 지나간 입자량을 측정한다”며 “100만큼을 뿌려 80 이상을 마스크가 걸러냈다면 KF80 기준을 충족, 94 이상을 걸렀다면 KF94 기준을 충족하는 식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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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부흡기저항’ 측정이 다음 관문이다.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인형 입에 마스크를 씌어 시험한다. 인형 입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마스크를 한 상태에서의 들숨 상태를 보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얼마나 답답한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인증 검사의 핵심은 ‘러닝머신’을 이용한 시험이다. 사람이 측정장치를 단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염화나트륨으로 채워진 한 평 남짓의 밀폐 공간에 들어가 러닝머신을 뛴다. 시속 6㎞ 속도로 2분씩 10회 반복한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식으로 다섯 가지 다른 행동을 하면서다. 마스크 안으로 들어오는 염화나트륨의 양을 잰다. 실제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이다. 염화나트륨 100을 기준으로 25% 이하가 들어오면 KF80, 11% 이하는 KF94, 5% 이하는 KF 99 기준을 충족한다.

메틸오렌지 시약 등으로 마스크 순도와 포름알데히드 포함 여부도 확인한다. 슬쩍 잡아당겨 보는 정도인 10N의 힘으로 마스크 머리끈을 당겨 끊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여덟 가지 인증 검사에 포함돼 있다. 한 개 검사에서라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부적합 판정이다. 검사 중 발견한 ‘불량’ 마스크도 많다.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78개 마스크 인증을 진행한 결과 부적합 마스크는 13.5%(65개)였다.

경산=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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