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올해 돈줄 마른다” vs “제재 최소 1년은 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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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빠르면 올해 내 소진될 거란 전망이 워싱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한ㆍ미 관계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이같은 전망은 미 국무부 등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북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워싱턴에서도 민주당 등 의회는 최소 1년은 제재를 계속해야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내에서도 대북 제재 효과를 놓고 각 입장에 따라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 의회가 국무부보다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를 더욱 조여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의구심이 강하다”며 "최소 1~2년은 계속 대북 제재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만의 시각은 아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에드윈 퓰너 박사도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벽하게 적용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하원 합동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하원 합동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 대북 협상을 주도한 세력을 주축으로 해선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겠다”면서 “약 1년 이내에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 ‘1년 시한’을 언급한 부분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학계에서도 대북 제재 효과가 1년 내 북한의 외화보유고 소진으로 이어져 민생고로 번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서울대 김병연 경제학부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북한의 외화보유고는 30~7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대북 제재 여파로 1년에 약 10~15억 달러 정도가 소진되고 있다”며 “현 대북 제재가 유지될 경우 최악의 경우 올해 내, 적어도 내년 안으로 외화 보유고는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의 외화가 소진될 경우 환율이 가파르게 뛸 것이고, 이는 민생고와 주민 불만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국무부 내에서도 이런 정황상 북한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인해 협상팀의 입지는 사실상 좁아졌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다. 소식통은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경우, 모든 것은 끝이라는 게 워싱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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