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한국노총 창립 73주년 기념식 #김주영 위원장 등 민주노총 비판 #"어제 경사노위 파행 용납 못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김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작심 비판했다. 전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본위원회가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 위원 3명의 불참(정족수 미달)으로 결렬된 것과 관련해서다. 당초 경사노위는 최근 합의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안 등 3건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조직이, 총파업으로 노동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직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사회적 소외계층을 겁박하고 회유해 경사노위를 무산시킨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노동단체라면 보이지 않아야 할 행동"이라고도 했다. 민주노총을 겨냥해 강도높은 비난을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갈등이 있을 때마다 대화를 했고 필요할 때에만 강력한 투쟁을 했다. 그러다 다시 대화로 마무리를 했다. 결국 사회적 갈등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박종근 전 한국노총 위원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격려사에서 "노동 3권 중 하나가 교섭권인데, 그걸 박차면 안 된다"며 "교섭을 하다가 잘못됐을 때 파업해야지 교섭도 안 하고 파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또 "노동 운동은 국민에게 혐오감을 줘서도 안 되고 영웅심을 나타내도 안 된다. 대화한다고 힘차지 않은 게 아니다. 파업한다고 힘찬 게 아니다. 이제 우리 노동 운동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자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의 생각에 100% 동의한다. 자주 인사를 드려야겠다"며 민주노총 비판에 동조하고 나섰다.
기념식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에 우리 사회가 정말 성숙한 비전을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나가는 것이 사회적 대화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고, 나 원내대표는 "대화가 잘안되는 곳이 국회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민주노총을 에둘러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계층별 노동위원들에게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