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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349일 만에 조건부 석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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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법원, 조건부로 보석 허가 #석방 땐 자택에만 머물러야 #외출·접견·통신도 제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청구를 거주와 통신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건부로 인용했다. 1심에서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 인사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기한인 4월 8일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고령에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 변경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고, 건강상태 역시 석방돼 치료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구치소 내 의료진과 시설 등을 이유로 보석이 필요 없다고 봤지만,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구속기간이다음달 9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만기 날에 판결을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저희 재판부는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종전 재판부 증인신문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감안할 때 항소심 구속만기4월 8일까지 충실한 항소심 심리를 끝내고 판결 선고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과 달리 측근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증인신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석 제도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불구속 재판 원칙에 기초로 한다”며 “보석 제도가 엄정하게 운영되지 못한 측면, 따라서 보석 제도 엄정하게 운영할 걸 전제”라고 보석 조건을 내걸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아무런 선입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공판도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속영장 효력이 유지돼 추후 보석조건 위반하면 다시 구속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 주거는 주거지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한다”며 “만일 피고인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으면 사유와 병원을 기재해서 형사소송법 102조에 따른 변경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10억원과 주거·접견·통신 제한 등을 걸었다. 이 전 대통령은 주거지에서 주거해야 하고 외출도 제한된다. 배우자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을 제외한 다른 이들과는 접견과 통신을 할 수 없다.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이행 상황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법원의 허가 없이는 자택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므로 자택에 구금된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며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 10분간 휴정한 사이 변호인과 상의한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조건을) 숙지했다”며 조건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보석 허가를 최종 결정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과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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