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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제안 '공무원 안마서비스', 상금 주는 경기도민 정책 제안에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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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제안 정책이라더니 공무원 제안 포함

도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경기도 제안심사위원회에서 채택된 안건 일부가 공무원이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제안 중에는 '도청 직원을 위한 안마 서비스 실시'도 포함됐다. 경기도는 공무원이 제안한 정책에도 50만~150만원의 상금까지 지급했다.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 제안심사위원회를 열고 도민이 제안한 아이디어 20건 중 14건을 채택, 정책으로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20건의 아이디어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18건과 지난 1월 경기도가 진행한 '생활적폐 청산 도민제안 공모'에 등록된 2건이다.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선정된 제안은 ▶전통시장 내 자동 심장충격기 설치 지원 및 안전교육 정례화 ▶19세 이상, 1개월 이상 경기도 거주인 불법행위 신고자격 기준 완화 ▶방문 접수인도 기간제 근로자 채용 접수방법 개선 ▶경기도시공사 아파트분양 모집공고 시 노약자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안내 개선 등이다.
경기도는 채택된 아이디어에 심사점수에 따라 50만~20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또 관련 부서에 세부 실시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정책에 반영해 시행하기로 했다.

공무원 제안 '안마 서비스 제공' 정책에 100만원 상금 

'도민 제안'이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채택된 아이디어 14건 중 4건이 공무원 제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 소관 시설물안전법 시설물 안전점검체계 개선 ▶도청 직원을 위한 안마 서비스 실시 ▶경기 행복주택 공동체 활성화 방안 ▶경기도 부동산포털 산업단지 등 입지분석 기능 콘텐트 개발 등이다. 이들의 아이디어엔 50만~150만원까지 총 3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도청직원을 위한 안마 서비스 실시'다. 공무원 복지 차원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해 무료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를 제안한 공무원에겐 1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공무원 안마 서비스'는 예전부터 경기도에서 시행해 온 사업이다. 경기도는 2016년부터 직원 복지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헬스 키퍼'로 고용해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하는 사업을 '도민 제안'으로 등록해 상금을 지급한 셈이다.

경기도 "모든 제안 검토", 시민단체 "문제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안마 서비스 사업은 2016년부터 시행된 것이 맞지만, 정식 사업은 아니었다. 이번 채택으로 정식 사업으로 운영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하면서 일부 공무원이 제안한 내용까지 검토하게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들은 "도민 제안 정책에 공무원을 포함하고 상금까지 지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무원 무료 안마 서비스' 등 특정계층을 위한 정책에 동의하는 도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유병욱 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도민 의견을 심의한다면서 공무원 제안까지 경기도 제안심사위원회에 올린 것부터가 문제"라며 "공무원의 정책 제안은 해당 기관에서 별도로 논의해 인사고과 등에 반영하는 것이 맞지 상금까지 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가 보도된 후 경기도는 이날 중앙일보에 "제안심사위원회에서 공무원 제안도 함께 심의했다. 공무원도 경기도민이기 때문에 '도민제안' 사업이 맞지 않느냐"라고 밝혀왔다.
경기도는 또 "'안마 서비스' 사업은 2014년 처음 제안됐지만, 사업으로 채택되지 않았다가 2016년 시행되자 제안한 공무원이 지난해 말 포상 신청을 해 이번에 지급하게 된 것"이라며 "이례적이긴 하지만 경기도 제안제도 운영조례에도 '불채택 제안으로 결정된 제안이 5년 이내 인용돼 실시되면 제안이 통과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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