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리 보는 결승전' 중원서 결판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16강전까지 순항해 온 개최국 독일은 가장 껄끄러운 상대를 만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한을 씻겠다는 아르헨티나도 독일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두 팀의 맞대결은 중원 사령관인 미하엘 발라크(30.첼시)와 후안 리켈메(28.비야레알)의 지략 싸움으로 더욱 흥미를 끈다.

골키퍼 올리버 칸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발라크는 독일 대표팀의 얼굴이다. 발라크는 6월 2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오른쪽 장딴지를 다쳐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2차전부터는 풀타임 출전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콰도르전 3-0승)에서는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에콰도르전 두 번째 골은 발라크의 '신기(神技)'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발라크는 아크 정면에서 발로 공을 휙 들어올려 수비수 키를 넘기는 패스로 미로슬라프 클로제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남미 선수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멋진 개인기였다. 힘과 기술을 겸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발라크는 2002월드컵 결승에서 뛰지 못한 아픔을 잊지 못한다. 그는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결승골을 넣었지만 이천수의 돌파를 막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뛰지 못한 발라크는 "이번에는 반드시 결승전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마라도나의 아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많다. 카를로스 테베스와 리오넬 메시, 하비에르 사비올라, 파블로 아이마르. 작은 키와 현란한 개인기를 지닌 이들은 마라도나의 '적자(嫡子)'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10번'을 달고 뛰는 선수는 리켈메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패스로 리켈메는 벌써 어시스트 3개를 기록했다.

리켈메는 1997년 말레이시아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 우승을 이끌며 일찌감치 '천재'로 인정받았지만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2002월드컵에서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2004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3-4-1-2로 바꾸면서 '1' 자리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리켈메를 세웠다. 그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한 것이다.

쾰른=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