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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인당 소득 3만달러' 돌파···문제는 지금부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를 돌파한 한국이 일본까지 추월할까? 아니면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악순환에 빠질까?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명이 넘는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 앞서 '3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6개국뿐이다. 이중 일본이 가장 먼저 1992년에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넘었다.

그 뒤를 미국과 독일(1996년)이 이었고, 영국·프랑스는 2004년, 이탈리아는 2005년에 1인당 소득 3만 달러 고지를 달성했다.

다만 독일은 막대한 통일 비용과 과도한 복지, 높은 실업률 등으로 1998년 3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6년이 지난 2004년에야 다시 3만 달러를 회복했다.

한국으로선 3만 달러 고지 달성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6년 2만 달러 달성 이후 12년이 걸렸다. 일본이 1988년 2만 달러, 4년 뒤 3만 달러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강했던 측면도 있지만,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 현상에 따른 환율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선 6개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도약하는 데는 평균 8.3년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30-50클럽'에 가입한 이후다. 일본은 22년째 1인당 소득 3만 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의 재집권 이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가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2007년 일본을 추월해 1인당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추락했던 독일 경제의 극적인 반전이다.

독일 경제 부활의 비결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구조개혁이었다. 슈뢰더 총리는 2003년 독일을 되살릴 비책으로 '어젠다 2010'을 내놨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내려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것이 골자였다.

개혁의 과정에서 사회적인 반발이 커지면서 슈뢰더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이후 독일 경제가 다시 번영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한 한국으로선 일본 모델이냐, 독일 모델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의 관건은 구조개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이 연간 평균 경제 성장률이 2.5%라면 2024년, 2%라면 2027년 무렵에서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과 비슷한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2030년까지 4만 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문제가 심각하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빨라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일본보다 심각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내수 시장의 확대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오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주관적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지표 등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주력산업의 재도약 및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확충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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