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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학교마다 '이푸관'이 있다? 이푸가 뭔데?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초·중·고·대학교를 막론하고 웬만한 학교마다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이푸관'이다. 중국 지도에서 이푸관을 검색해보면 이푸관을 가진 학교들이 즐비하게 나올 정도다.

도대체 이푸가 뭐길래 학교마다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출처 쇼프라이즈]

[출처 쇼프라이즈]

이푸관은 바로 전설적인 영화사업자 런런쇼(중국 이름 샤오이푸·邵逸夫)의 이름을 딴 학교 시설이다. 영화사 ‘쇼 브라더스’를 만들어 1960~1970년대 홍콩 무협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1907년 중국 저장(浙江)성에서 태어난 쇼 회장은 19세 때 싱가포르로 건너가 영화계에 입문했다. 2014년 1월 10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홍콩 영화 발전에 기여한 '홍콩 무협영화의 아버지'다.

그는 1958년 홍콩에서 형과 함께 영화 제작사 ‘쇼 브라더스’를 창립했고 아시아 최대 영화사로 성장한 쇼 브라더스는 ‘외팔이 검객’, ‘보표’, ‘13인의 무사’, ‘돌아온 36방’ 등 1000편이 넘는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60~70년대 홍콩 무협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영화 '외팔이 검객(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장처가 감독하고 왕위가 주연을 맡았다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외팔이 검객(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장처가 감독하고 왕위가 주연을 맡았다 [출처 네이버영화]

당시 중화권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장처(張徹·장철) 감독과 후진취안(胡金銓·호금전) 감독, 디룽(狄龍·적룡)과 장다웨이(姜大衛·강대위), 왕위(王羽·왕우) 등 배우들이 쇼 브라더스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런런쇼는 1967년 홍콩에서 지상파 방송사 TVB를 설립해 2011년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40년 동안 방송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1974년 영국 정부로부터 ‘대영제국 오피서 훈장’을, 3년 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02년에는 매년 수학, 의학, 천문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아시아판 노벨상 ‘쇼 프라이즈(Shaw Prize)’를 제정했으며 중국 교육 발전을 위해 '샤오이푸 기금'을 설립했다.

이 재단을 통해 중국 교육기관에 기부한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660억원)가 넘은 것으로 집계된다. 그의 재산이 영화제작사 ‘쇼 브라더스’와 TV 방송국 ‘TVB’ 등을 합해 대략 139억 홍콩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데 비춰보면 상당 부분을 교육을 위해 쓴 셈이다.

[출처 차이나데일리]

[출처 차이나데일리]

이렇다 보니 중국 내 웬만한 학교에는 그가 지어준 건물이 있을 정도다. 도서관, 체육관, 과학기술관, 예술관, 학술교류센터, 연구센터 등 다양한 건물에는 ‘이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신징바오(新京報)에 따르면 샤오이푸 기금을 토대로 지어진 학교 건물만 중국 내 총 6013동에 달한다. 이푸관이라는 건물이 있는 대학만 해도 50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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