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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홀로그램 무대, 아바타로 나타난 한국청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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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MS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에서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2’를 발표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이진하(32) 미국 스페이셜 공동창업자가 AR 협업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스페이셜]

MS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에서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2’를 발표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이진하(32) 미국 스페이셜 공동창업자가 AR 협업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스페이셜]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의 최대 히트작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증강현실(AR)기기 ‘홀로렌즈2’였다. 관람객들이 MS 전시관에서 홀로렌즈2를 쓰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대기를 해야 했을 정도였다.

스페이셜 공동창업자 이진하씨 #삼성전자 최연소 그룹장 출신 #‘홀로렌즈2’ 발표에 깜짝 등장 #가상공간서 아바타로 나와 작업 #바비인형 회사의 활용장면 소개

MS가 이 홀로렌즈2를 발표한 24일(현지시간), 무대에 홀로그램이 등장했다. 미국 스타트업 ‘스페이셜’을 공동 창업한 한국인인 이진하(32) CPO(최고제품책임자)였다. 스페이셜 공동 창업자인 아난드 아가라왈라 최고경영자(CEO)는 무대 위에 올라 다른 공간에 있는 이 CPO와 원격 회의를 연결했다. 두 사람은 마치 함께 있는 것처럼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가 실제 사용하고 있는 스페이셜의 ‘증강 협업 플랫폼’을 소개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AR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소방차를 만들 경우, 파워포인트, 비디오, 컨셉 드로잉을 멀리 있는 사람끼리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핸드폰으로 작성한 메모를 ‘포스트잇’으로 가상의 벽에 붙인다. 3차원 동영상을 함께 360도로 회전하면서 볼 수 있고, 확대해서 크게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씨는 공동창업자 아난드 아가라왈라와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 스페이셜]

이 씨는 공동창업자 아난드 아가라왈라와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 스페이셜]

이 CPO는 27일(현지 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플랫폼과 AR의 성장 가능성을 애플 맥킨토시 컴퓨터에 비유했다. 이 씨는 “맥킨토시가 사무 환경과 문화를 바꾼 것처럼 증강현실 역시 B2B(기업간 거래)를 완전히 바꿔놓은 뒤 일반 소비자에게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소통 방식이 가능하단 것을 체감하게 되면 현재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전부인 회의 문화가 완전히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CPO는 또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방대한 자료를 저장해 둘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의가 끝난뒤 모든 자료를 폐기처분하는 불필요한 낭비도 없앨 수 있다”며 “사무 공간은 굉장히 심플해 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CPO는 ‘깜짝 스타’는 아니다. 경기과학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도쿄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MIT 박사 과정을 휴학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3년만에 최연소 그룹장이 됐다. MIT때 연구한 3차원 인터페이스로 TED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이 CPO는 당시 “인간은 공간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제스츄어를 통해 소통하는데 컴퓨터와 키보드를 통한 소통의 방식엔 이러한 ‘인간다움’이 결여돼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홀로렌즈를 착용해 본 뒤 평소 본인이 느끼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페이셜이라는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공동 창업자인 아난드 아가라왈라는 2010년 3차원 소프트웨어인 범프탑을 구글에 매각한 실력파다.

둘은 홀로렌즈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의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아바타를 통해 움직임을 홀로그램으로 생성하고, 물체가 벽에 부딪혔을때 내는 성질 등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 등이다. 또 이를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해 AR기기 뿐 아니라 PC·스마트폰 등 단말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원격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공유하는 정보와 데이터가 점점 방대해지고, 분석적인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통신 방식은 상호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스페이셜의 증강 협업 플랫폼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놓고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공간감과 존재감을 느끼면서 소통하고 중요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CPO는 “각국의 해당 분야 전문가가 의학 데이터와 차트, 엑스레이, 그래프 등을 함께 모여서 본다고 할 때 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면 수억원이 소요된다”며 “하지만 아바타 회의를 통하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통해 국제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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