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어떤 선택할까...대화 or 도발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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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전용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국제사회의 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쏠리고 있다. ‘김정은의 선택’에 따라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의 정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북한이 당장 판을 깨는 식의 도발은 하지 않을 거란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이 당장은 상황 파악과 미국의 의도 파악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냉각기를 거친 뒤 김 위원장이 도발과 대화 두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당분간 대화 동력을 유지하겠지만, 올초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 즉, 군사도발 카드를 꺼내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도발보다 대화 유지 전망 #냉각기 뒤 '새로운 길' 군사도발 나설수도

①정중동 속 대화=2차 정상회담은 깨졌지만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북·미 실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다. 군사 도발이나 대미 위협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경우 김 위원장 본인이 오히려 더 잃는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미국은 ‘조선 인민의 철천지원수’였다.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려왔다. 한마디로 대결 국면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다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양측이 약간의 냉각기를 갖고 실무협상팀이 다시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판을 깰 수 없으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극적 합의를 모색할 거란 얘기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해 미소를 짓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갈무리]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비핵화-상응조치를 두고 서로 간에 허들을 높인 걸 다시 조절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며 “이로 인해 한국이 징검다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이 북한, 미국 측과 긴밀하게 대화할 필요성이 생긴 만큼 김정은 답방,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북한이 국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보며 협상력을 높일 기회를 엿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아래)이 지난해 10월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화성-15형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

②벼랑끝 도발 위협=북한이 냉각기 이후 과거의 벼랑끝 전술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는 군사 도발 위협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비핵화에) 상응하는 실천 행동을 한다면 비핵화는 빠른 속도로 전진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우리 인내심을 오판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은 다시 핵 개발 등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영변 핵시설까지 내놓으며 비핵화 성의를 보였는데 미국이 꿈쩍하지 않았다”며 “판을 한 번 더 흔드는 도발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남 원장은 “1.5트랙 등 북·미가 대화는 계속 이어가면서도 대화 뒤로는 협상력을 높이는 핵 개발,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2월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향후 판 흔들기 카드로는 ICBM 실전 배치, 핵 실험 등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도 “김정은은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방법은 역시 핵, 미사일 위협밖에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ICBM과 같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군사도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북한이 당장 쓸 카드는 중국으로 관측된다. 평양으로 귀환하기 전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커졌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3월1~2일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