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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갑질' 우울증 산재신청 증가… 인정 비율도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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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픽사베이]

우울증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픽사베이]

직장 내 퍼져있던 가혹행위(갑질) 등으로 인한 정신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심사한 업무상 질병은 1만6건으로 이 가운데 6406건(63%)가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보다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업무상 질병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병이나 뇌심혈 관계 질병 등을 뜻한다. 외상 등 산업재해에 따른 업무상 사고와 달리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아 그동안 산재로 인정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최근 업무상 질병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는 쪽으로 인정 기준을 개선하며 관련 질병 산재신청 건수와 인정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산재 질병을 판정을 하는 데 있어 작업 기간과 노출량 등의 인정기준만 충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주는 추정의 원칙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업무상 질병 가운데도 업무상 정신질병 신청의 경우 2015년 150건, 2016년 169건, 2017년 186건, 2018년 226건으로 해마다 늘었고, 산재 인정 비율 역시 2015년 30.7%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3.5%까지 올랐다.

특히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질병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라는 표현이 2016년 3월 이후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라고 표기됐다. 기준이 명확해지며 우울증도 질병명에 포함됐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두루뭉술하게 정신질환으로만 언급됐는데, 여기에 질병명이 명시된 것”이라며 “PTSD, 우울증 관련 사례들은 과거에는 (인정 기준이) 정신질환으로 다 묶여있다 보니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 좀 더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갑질’이나 ‘성범죄’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만성 과로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만성과로의 경우 과로기준시간의 3단계 세분화, 업무부담 가중요인 7개 항목을 통한 업무관련성 판단 객관화, 과로시간 산출시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해 반영 등의 내용이 반영됐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휴게시간 등을 근무시간에 포함할지도 명확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개선된 기준에 따라 야간 근무시간, 별도의 휴게공간 여부에 따른 근무 시간 산정 등으로 만성과로 기준 시간이 재측정되는 경우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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