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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인도주의 넘어야”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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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청와대 홈페이지에 난민 수용 반대 청원 70만명을 넘겼을 때 사실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심사를 총괄했던 김도균(57)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난민에 대해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극단적으로 나뉘다 보니 거대한 태풍 같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청장은 정년을 3년여 남겼지만 다음달 명예퇴직키로 했다. 지난 15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그를 만났다.

 제주 예멘 난민은 2017년 12월 말레이시아~제주 직항편이 개설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예멘인은 말레이시아에 무비자로 30일간 체류할 수 있었고, 2002년 시행된 제주특별법 제정에 따라 제주도도 사증(비자) 없이 들어올 수 있었다. 2014~2017년 연간 100여 명에 불과했던 예멘 난민 신청자는 2018년 1~5월 552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김 청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난민 신청 대상자 484명 모두에 대한 심사에 참여했다. 김 청장은 “격투기 선수에 총상을 당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 등 한사람 한사람 모두 소설 같은 사연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12월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12월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난 예멘 아기에게 ‘제주’의 첫 글자 제(濟)자를 따 ‘제민(濟民)’이라는 한자 이름을 지어줬다. “경세제민처럼 나중에 커서 ‘세상 사람을 구하라’는 뜻으로 지었다”며 “예멘으로 돌아가면 제민이는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까 궁금하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제주에서 난민을 신청했던 484명 중 2명이 난민지위를 부여받았고, 412명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았다. 이들의 근황에 대해 김 청장은 “수산·양식업에 뿐 아니라 농업·제조업·서비스업까지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체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난민이 제주도민이 마련해 준 일자리를 힘들다고 스스로 그만뒀다"는 불만이 제주 지역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범죄 노출 위험성 때문에 급하게 취업 설명회를 열다보니 먼저 신청이 들어온 수협과 양식장 조합을 연결하게 됐다"며 "지금은 제주 지역의 부족한 일자리 수요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출입국관리직으로 법무부에 입사한 김 청장은 주 칭다오(靑島)총영사관 영사와 법무부 이민정보과장 등을 지냈다. 난민 문제를 얘기는 자연스레 다문화와 저출산, 인구 구조로 흘러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 청장은 우선 “석‧박사 학위나 고급 기술을 가진 사람은 개인으로서 인재이지 국가가 필요한 인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제조업‧서비스업에 사람이 부족한 현상이 생기면 국가차원에서 필요한 인재로 인식해야 한다”며 "조만간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동남아 인재를 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청장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부터 향후 5년 간 외국 인력 35만명을 데려오기로 했다. 간호‧제조업‧서비스 분야 기술을 가진 외국인을 우대한다. 중국은 지난해 출입국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부서 이름을 ‘국가이민관리국’으로 바꿨다. 김 청장 “14억에 육박하는 인구 대국 중국이 벌써부터 이민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의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정상화 시키는 골든타임이라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민 문제도 인도주의를 넘어서 국가 전략에 따른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청장은 “정부에서 사람이 필요한 적정 분야를 선택해 인구 유입을 보장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에 많은 난민이 유입돼 논란이 생기고 있지만 독일 같이 일손이 부족한 국가가 필요에 따라 받아들인 면도 있다”이라고 말했다.그는 " 다만 외국인 강력 범죄는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며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행정력이 과하게 투입됐다 싶을 정도로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예멘은 지금…“끝나지 않는 내전으로 무고한 아이들 죽어가”

미국 하원은 최근 미군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정책에 반발하는 의미가 담겼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 230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18명이 가세했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철군을 서두르면서도 유독 사우디가 개입한 예멘에서는 미군 역할을 제한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예멘에서 내전이 진행 중이고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에게 내전을 끝낼 능력이 있고 끔찍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예멘 내전은 2015년 3월 사우디의 군사 개입으로 시작됐다.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 대결 구도지만 사실상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후티 반군 쪽인 이란의 대리전으로 인식된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사우디 산하 10대 아이들이 군사 훈련을 받으며 그린 그림을 소개했다. 12~13세 아이들은 총을 들고 서로 피를 튀기는 장면을 크레파스로 표현했다. 김도균 청장은 “미국과 사우디, 이란에 이어 러시아까지 현재 강대국 사이에 끼어 가장 복잡하게 얽힌 국가가 예멘”이라고 말했다.

예멘 난민인 10대 소녀들이 그린 제주 고래. [사진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예멘 난민인 10대 소녀들이 그린 제주 고래. [사진 제주출입국·외국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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