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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3·1운동, 한국인이 세계와 주체적으로 만난 첫 사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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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명림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장이 25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명림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장이 25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특별 국제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19년 3·1 운동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세계와 만났다. 이 땅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100주년 국제학술회의 개회사 #독립 넘어 세계평화 운동 조명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김대중도서관장)는 2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3·1 운동 100주년 국제학술회의 개회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공화 100년·세계시민 100년 : 보편평화를 향하여’란 제목의 이번 학술회의는 3·1 운동을 단순히 항일·독립·민족 운동으로 보는 기존 해석을 뛰어넘어 세계 보편적 민주주의·공화주의·평화주의 운동의 시각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열렸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인간평화와치유연구센터가 행사를 주최했다.

박 교수는 “100년 전 3·1 운동 당시 각성된 우리는 대한제국의 백성이나 일제의 황국신민이 아닌 자유·평등·주권·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세계시민이었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는 잠시 외국이 강점하더라도 ‘독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3·1 운동 역시 독립운동보다는 주권회복운동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항일·독립·민족이란 좁은 해석을 넘어 널리 세계의 보편주의를 품는 일대 시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옛 3·1 운동’을 버리고 ‘새 3·1 운동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전쟁 발생 건수는 줄어들지만 난민과 강제이주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한 뒤 “갈등을 넘어 보편적 평화에 기여하고 인류의 근본 가치를 복원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현대 한국의 정신적 뿌리인 3·1 운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여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세계적 관점에서의 민주공화운동’과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분법을 넘어’라는 두 가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인식,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에 대한 동양의 왜곡된 인식을 의미한다.

첫번째 토론회에서 에레즈 마넬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3·1 운동은 한국 역사의 거대한 분수령인 동시에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사상, 러시아 혁명의 충격, 파리 평화회의 등 국제적 맥락 속에서 전개됐다”고 밝혔다. 호프 엘리자베스 메이 미국 센트럴미시건대 교수도 “3·1 운동을 보다 넓은 지리·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볼 때 그 운동의 세계시민적이고 인도주의적 측면이 드러난다”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토론회에서 이은정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3·1 운동이 한국 민주주의의 밑거름이었다고 규정하면서 “3·1운동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서 시민들이 항상 깨어 있어야만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회의 둘째날인 26일에는 슬라보예 지젝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대 교수가 ‘문명을 문명화하기’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지젝 교수는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문명 자체를 문명화하고 모든 인간 공동체 사이의 보편적 연대와 협력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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