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10명 중 4명은 저임금…OECD 1위 '불명예'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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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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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10명 중 4명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은 35.3%로 나타났다.

OECD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한 줄로 나열했을 때 정 가운데 있는 임금을 뜻하는 중위임금의 3분의2를 받지 못하는 경우 저임금으로 본다.

과거와 비교할 때 저임금 여성 비중은 감소한 수치지만, 2017년 통계가 있는 OECD 8개국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1위였다. 2위인 미국(29.07%)과 6.23%포인트 높았다. 23개국을 조사한 2016년 기준에서도 한국은 37.2%로 1위를 차지했다. 2016년도 2위는 이스라엘(30.42%)로 한국과 7%포인트 가까이 차이났다. 한국은 OECD 평균 20.01% 보다도 17.19%포인트 높았다. OECD 최하위권인 핀란드(9.63%), 이탈리아(9.07%), 벨기에(5.40%)는 저임금 여성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2017년 저임금 여성 비중(단위 : %)[OECD=연합뉴스]

2017년 저임금 여성 비중(단위 : %)[OECD=연합뉴스]

비록 OECD 회원국 평균보다는 높지만,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은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은 2000년 45.77%에서 서서히 감소해 2011년(38.21%) 40% 밑으로 내려왔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4년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 여성 저임금 비중 자체가 높았던 터라 2000년대 내내 OECD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은 이유로는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꼽힌다. 연령대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결혼, 출산 등이 많은 30대 중후반에서 뚝 떨어지다가 다시 상승하는 'M'자 형태가 나타난다. 직장 대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여성 임금 증가율이 둔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해 저임금 여성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주요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배경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OECD는 최근 한국이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정비해나가고 있으나 장시간 근로, 출산 여성에 대한 불이익 등으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며 "향후 보육 지원 제도 확충, 육아휴직 활용 제고 등으로 여성 노동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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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다 보니 전체 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높아졌다. 2017년 전체 저임금 노동자 지율은 22.3%로 미국(24.5%) 다음으로 높았고, 2016년에도 23.5%로 미국(24.91%)에 이어 24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한편 남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중위권 수준으로 2017년 14.3%로 OECD 8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 2016년엔 15.3%로 24개국 중 9위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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