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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내 몸을 편하게, 내 마음을 건강하게 자기 몸 긍정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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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솔·최치원 학생기자와 이현진 학생모델(왼쪽부터)이 각 학교 체육복을 입고 집에서 파티하듯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김민솔·최치원 학생기자와 이현진 학생모델(왼쪽부터)이 각 학교 체육복을 입고 집에서 파티하듯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감을 만드는 필수 요소입니다. 이를 '자기 몸 긍정주의'라고도 부르죠. '특정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으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걸 말해요. 하지만 언론과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자기 외모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인터넷이나 잡지에 등장하는 한껏 꾸민 사람들은 현실 속 친구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가짜 이미지'는 어디에나 존재하죠. 연예인이든 모델이든 시간, 노력, 돈을 들여 사진을 촬영합니다. 여러분까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 신체에 맞는 옷을 입을 자유는 여러분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예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솔·윤신혜·최치원·홍찬희 학생기자, 김보빈·이현진 학생모델, 의상 협찬=스쿨룩스, 참고도서=『참을 수 없는 몸의 무거움』·『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또하나의문화), 『나는 왜 자꾸 눈치를 볼까?』(리듬문고)

자신의 학교 체육복을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한 이현진 학생모델. 그는 평소 학교에서 생활할 때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다. 교복 치마는 거의 안 입는다는 게 현진 학생모델의 말이다.

자신의 학교 체육복을 입고 다양한 포즈를 취한 이현진 학생모델. 그는 평소 학교에서 생활할 때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다. 교복 치마는 거의 안 입는다는 게 현진 학생모델의 말이다.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울을 보나요. 자기 몸을 보고 만족하며 미소 지은 기억은 몇 번쯤인가요. 서구 사회에서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자기 몸을 사랑하자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즉 자기 몸 긍정주의가 화두였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식이 조절은 하지 말자'는 등의 주장을 담은 건데요. 서구 역사에서 잘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 계획적으로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은 빅토리아 시대 후반기입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다이어트를 했죠. 그리스의 귀족 문화는 중용을 획득하는 방안으로 음식 섭취 규정도 만들었고요. 또, 중세에는 기독교적 맥락에서 단식이 중요했죠. 이들이 오늘날 식이 조절과 다른 점은 뭘까요. 모두 '자아' 발달을 위한 도구로 간주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날엔 남의 시선 때문에 불필요하게 음식 섭취를 스스로 제한하는 사람들이 생겼죠.

◇ 자기 몸 긍정주의란

이현진 학생모델이 체육복을 입고 편하게 줄넘기를 했다. "체육복 바지 입으니 이제 숨 쉴 수 있네요." 농담 섞인 말도 함께였다.

이현진 학생모델이 체육복을 입고 편하게 줄넘기를 했다. "체육복 바지 입으니 이제 숨 쉴 수 있네요." 농담 섞인 말도 함께였다.

"오늘은 내 동생 스테파니의 생일이에요. 물론 그가 살아 있었다면요. 예순 살 생일을 맞았을 테죠. 그는 20여 년 전에 죽었어요. 서른 여섯 살일 때죠. 그는 자기 몸을 싫어해서 10대 후반부터 식이장애를 앓았고 이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매년 그 애 생일이 되면 저는 사람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몸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더 활기찬 삶을 살라고 독려합니다." 미국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설립자 중 한 명인 코니 소브잭(Connie Sobczak)이 쓴 글 일부예요. 그는 자신 역시 젊은 시절 10년간 어떻게 하면 남의 시선에 적합한 몸매를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느라 자기 몸의 단점만 찾다가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합니다. 특히 자신의 근육질 체형 때문에 고통받았다고도 덧붙였는데요.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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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때의 경험이 지난 1996년 그가 직접 설립한 단체 보디 포지티브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독려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도 밝혔죠. 소브잭이 속한 보디 포지티브는 폭식증을 딛고 일어선 소브잭과 엘리자베스 스콧(Elizabeth Scott)이 함께 일군 단체예요. 스콧은 지난 1998년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기 몸 긍정주의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신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교육용 비디오도 제작했고요. 그는 사람들이 가진 있는 그대로의 건강한 모습을 되새기게 돕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된다고 믿어요.

이현진 학생모델(왼쪽), 최치원·김민솔 학생기자가 바지 세트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김민솔 학생기자의 학교에서 바지 교복은 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현진 학생모델(왼쪽), 최치원·김민솔 학생기자가 바지 세트 교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김민솔 학생기자의 학교에서 바지 교복은 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 근래 들어 'Love Yourself'(남성 그룹 방탄소년단), 'Love Myself'(여성 그룹 있지) 등 대중 가요 콘셉트, 가사에도 등장하면서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랬다면 보디 포지티브, 자기 몸 긍정주의 같은 어구는 아예 생기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신체를 특정한 유행, 기준에 맞춰 바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전 보르도(Susan Bordo)는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보르도는 미국 켄터키대학 영어영문학 교수로서 미국 전역을 돌며 식욕 장애, 미용 수술, 외모와 진화론, 인종 차별과 몸, 남성성과 남자의몸 등을 주제로 '현대 문화와 몸'에 대해 강의했죠.

보르도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정 이미지를 모델로 지속적으로 자신을 측정하고 판단하고 훈육하고 교정합니다. 자기 검열을 하는 거죠. 오늘날 체계 안에서 소녀, 여자, 소년, 남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날씬하고 탱탱하지 않다면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고 믿는다는 거예요. 계속해서 빼어난 육체적 매력이 성공 조건으로 제시되며 고용주가 그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한 체계 말이죠. 이런 체계에 적응하려면 거식증은 피할 수 없는 게 됩니다. 보르도는 거식증은 날씬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유행과 관련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1950년대 미국만 봐도 현재 유행하는 마른 체격보다는 풍만한 미국 영화 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만인의 연인'으로 불렸죠. 1951년 미스 스웨덴은 키 173.7㎝에 몸무게 68.4㎏이었지만 1983년 미스 스웨덴은 키 179.8㎝에 몸무게 49.4㎏이었습니다. '통통한'이라는 말은 1950년대까지 칭찬이었지만 1960년대에는 좋은 뜻, 나쁜 뜻 모두 담은 말이 되었죠. 지난 1984년 미국 격주간지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의 '새로 등장한 금욕주의자들(the New Puritans)' 꼭지에 따르면, 미국 13~22세 여성 200명 또는 250명 중 한 명꼴로 거식증에 시달렸고, 여대생 12~33%는 구토, 이뇨제 등을 복용해 체중을 조절했습니다. 급격히 거식증 환자가 늘어난 건데요. 이는 유행하는 신체 사이즈에 따른 결과라는 게 보르도의 생각입니다.

미국 패션 월간지 글래머(Glamour)가 지난 1984년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여성 3만3000명 중 75%가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들 중 2%만이 표준 체중보다 더 높았으며 30%는 표준 미달이었습니다. 지난 1985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남성은 종종 "자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이고 과장하는 방향으로 왜곡하고" 자신의 외모에 일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신체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이고 왜곡된 평가를 하고 있죠. 우리,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요.

◇ "제 몸을 비교적 있는 그대로 편하게 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스쿨룩스에서 2019 시즌 광고서 전면에 내세웠던 후드 교복이다. 이현진 학생모델, 홍찬희 학생기자, 최치원 학생기자가 각자 입어 보았다. 이후 최 학생기자와 홍 학생기자는 바지 교복도 입었다. 통상적인 옷으로, 후드 교복을 입을 때보다 갖춰 입을 게 많아 시간도 더 걸렸다. 와이셔츠 탓에 팔을 움직이기 불편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스쿨룩스에서 2019 시즌 광고서 전면에 내세웠던 후드 교복이다. 이현진 학생모델, 홍찬희 학생기자, 최치원 학생기자가 각자 입어 보았다. 이후 최 학생기자와 홍 학생기자는 바지 교복도 입었다. 통상적인 옷으로, 후드 교복을 입을 때보다 갖춰 입을 게 많아 시간도 더 걸렸다. 와이셔츠 탓에 팔을 움직이기 불편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최근 자기 몸 긍정주의 화두가 학생들의 옷에도 옮겨왔습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많다는 걸 가정할 때, 이들이 학기 중 주로 입는 옷은 교복입니다. "학교에서 자꾸 불편한 옷을 입히니까 살을 뺄 수밖에 없어요. 치마를 입으면 종아리가 드러나는데 서로 보잖아요." 동행취재에 나섰던 한 학생기자의 말이죠. 당장 이들이 입는 옷부터 살펴보죠. 일부 교복 회사는 아직도 'S라인', '딱 맞는 옷' 등을 강조한 글귀를 내걸고 옷을 팔아요. 학생들은 하루 최소 여섯 시간에서 길게는 열 시간 넘게까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교복 속에서 보내죠. 이들을 위해 좀 더 편한 형태의 바지 디자인, 후디 교복 등을 고안한 회사가 있어 소중이 찾아갔습니다. 지난 2004년 5월 아이돌 그룹 H.O.T 출신 토니안이 공동 창업해 화제였던 교복 업체 스쿨룩스인데요. 그에 앞서 학생기자단과 또래 친구들이 교복에 대해 한 마디씩 보내온 의견 일부를 먼저 살필까요.

"치마는 겨울, 여름 등 사계절 내내 입거든요. 활동하지 불편해서 손이 잘 안 가요. 그래서 위에는 교복 상의를 챙겨 입고 하의에는 체육복 바지를 입어요. 교복이 비싼데 치마도 사고 바지도 따로 사기 부담스럽거든요."(현진) "학교에서 허락한 후드 교복이 있어요. 그것 말고는 입으면 혼나요. 항상 치마를 입어야 하죠. 체육 시간 빼고는 체육복도 입을 수 없고 학교에서 지정한 생활복도 없어요. 교복이 바지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민솔) "저는 평소에 운동복 입는 걸 좋아해요. 근데 교복은 너무 딱 맞아서 몸도 고정되는 느낌이라 싫어요."(치원) "셔츠를 입는 게 불편해서 교복을 후드티나 맨투맨 티셔츠로 바꿨으면 좋겠어요."(유성준, 중2) "교복 재킷은 불편해요. 후드나 카디건으로 대체했으면 해요. 실용적이잖아요."(이강무, 중1) "교복에 있는 라인이 정말 불편해요. 라인을 없앴으면 해요."(양윤서, 중1) "전 사이즈가 널널한 옷이 좋아요. 교복이 딱 맞으면 활동하기 힘들거든요."(최여진, 중1)

김율 스쿨룩스 실장과 최치원·홍찬희·김민솔 학생기자, 이현진 학생모델(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 편안한 교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율 스쿨룩스 실장과 최치원·홍찬희·김민솔 학생기자, 이현진 학생모델(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 편안한 교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쿨룩스는 올해 공개한 광고에서 여학생용 바지 교복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타사가 아직 짧은 치마를 입은 모델을 중심으로 밀고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죠. 교복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던 김민솔·최치원·홍찬희 학생기자, 이현진 학생모델이 교복을 직접 보러 용산 스쿨룩스 본사에 동행했습니다. 스쿨룩스 김율 실장이 이들을 맞았고요. 학생들은 후드 교복, 여학생용 바지 교복을 착용해 보고 느낀점을 소탈하게 말하는 시간을 가졌죠.

최치원 학생기자가 자신의 학교 체육복을 입고 여러 포즈를 취했다.

최치원 학생기자가 자신의 학교 체육복을 입고 여러 포즈를 취했다.

"학생들의 문화는 때 되면 바뀝니다. 몸이 예뻐 보이는 것보다 잘 움직일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교복 유행은 시대에 따라 변해요. 최근 몇 년은 몸에 딱 붙는 옷을 선호했고요. 하지만 다행인지 최근에는 몸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두자는 유행이 생겼죠. 자기 몸을 더 아끼고 보호하자는 취지예요. 여러분도 알고 있는 '자기 몸 긍정주의' 추세에 학생들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우리는 교복을 만드는 회사니까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올해 바지 교복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던 것도 여러분의 관심도 변화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죠."

김 실장의 설명을 들은 후 여학생들은 바지 교복부터 입었습니다. "착용감을 제일 중요한다고 설명했는데 광고에는 '교복의 절반은 디자인'이라고 적혀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교복을 입어보니 제가 매일 입는 교복이 바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굳혔습니다. 교복 특성상 아예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치마보다 바지가 훨씬 낫다는 걸 확인했죠. 제 몸을 비교적 있는 그대로 편하게 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민솔) "여자 교복이라고 해서 짧은 치마, 플레어 치마, A라인 치마만 강조하지 않는 것. 이게 바로 나아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아직 멀었지만 이 정도 변화가 어디겠어' 하고 생각했죠."(현진) 남학생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넥타이를 해야 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후드 교복이 있어서 넥타이를 벗어 던질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넥타이를 하고 보니 제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는데 후드 교복을 입으니 마음까지 편했어요."(찬희) "와이셔츠 등만 두고 보면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설명을 들을 때도 심드렁했죠. 하지만 후드 교복을 입어보니 재킷과 달리 널널해서 정말 편했습니다."(치원)

여학생 바지 정장 교복을 입은 이현진 학생모델. 그는 평소 학교에서 체육복 바지를 입는다. 치마 교복은 활동하기 불편해서다.

여학생 바지 정장 교복을 입은 이현진 학생모델. 그는 평소 학교에서 체육복 바지를 입는다. 치마 교복은 활동하기 불편해서다.

스쿨룩스 본사에서 이현진 학생모델은 다리가 길고 말라 맞는 바지가 없어 고생했습니다. "정말 말랐네요." 현진 학생모델은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래서 저도 했죠. 키도 클 겸 줄넘기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1㎏ 정도 빠졌지만 하기 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죠." 반면 최치원 학생기자, 홍찬희 학생기자는 마른 몸매 때문에 주변에서 살을 찌우라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어요. "성장기인데 너무 말라서 키가 안 클까봐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어요."(치원) "너무 말랐다면서 막대기 같다고 뭐라 해요."(찬희) 이처럼 학생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주변에서 체형 관련 간섭 받고 있었습니다.

◇ "나는 모델이라기보다는 자기 몸 긍정주의 활동가로서 활동"

"여러분 주위에 있는 사람이 '살 빼라' 등의 얘기를 하는 것도 문제죠. 친구나 아이가 밥을 못 먹게 하거나 '돼지 같다', '그만 먹으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혐오 맥락입니다. 또 '자기 몸 긍정주의' 움직임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운동이에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죠. 많은 여성 단체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고요. 하지만 지난 2016년 페미니즘 관련 논의가 국내에서 활발해지면서 발화점이 돼 국내 미디어 등에도 유행한 거죠." '국내 1호 플러스 사이즈(plus size) 모델'로 알려진 김지양씨가 한 말입니다. 그는 165㎝에 70㎏, 신체사이즈 39-32-38로 한국 모델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체형을 가졌습니다. 김씨는 모델을 꿈꿨으나 국내 케이블 방송사 엠넷(Mnet)의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2차 비키니 사진 테스트에서 탈락했죠.

그는 생각도 안 했던 해외에서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난 2010년 9월 미국 풀피겨 패션위크 엘에이(Full Figured Fashion Week LA) 로 무대에서 데뷔한 거죠. 풀피겨 패션위크는 플러스 사이즈 사람들이 옷을 구매할 때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것에 착안, 플러스 사이즈 의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지난 2018년 1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김씨는 이 무대 데뷔 이후 미국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 어패럴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컨테스트에 콘셉트 사진을 냈어요. 이는 전 세계 온라인 투표에서 991명 중 8위에 올랐죠. 하지만 한국에선 모델로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대한 이해도 없고 무대도 없었기 때문이죠. 김씨는 이를 극복하려 외모 다양성을 다루는 잡지 '66100'을 지난 2013년 창간했습니다. 잡지 이름은 '여자 66사이즈, 남자 100사이즈 이상'을 의미합니다.

최치원 학생기자, 이현진 학생모델, 김지양 모델, 윤신혜 학생기자, 김보빈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서울 동작구 '66100' 지하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치원 학생기자, 이현진 학생모델, 김지양 모델, 윤신혜 학생기자, 김보빈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서울 동작구 '66100' 지하 사무실에서 만났다.

체형 관련 고민이 있다는 윤신혜·최치원 학생기자, 김보빈·이현진 학생모델이 김지양씨와의 만남에 동행했어요. 학생기자들은 한 데 모여 김지양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각자 체형 고민도 공유했고요. 김씨는 이현진 모델에게 "뺄 데가 어디 있냐"며 "주변에서 하는 말은 무시하세요. 아직 어린데 다이어트 하다가는 나중에 골다공증 걸립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최치원 학생기자에게는 "남학생들에게는 마르면 살 찌우라고 간섭하는 소리가 많죠. 흘려 들으세요. '남자는 체격이 좋아야 한다'느니 하면서 말이죠. 남의 얼굴과 몸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 몰라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네요.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거 아니니까 말이죠"라고 말했죠.

윤신혜 학생기자는 김씨의 데뷔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저는 원래 외식조리학과에서 요리하던 사람이에요. 일하다가 권고 사직 당한 후 그냥 '모델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누구나 그런 순간을 맞죠. 하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에 영상을 촬영해 보냈고 덜컥 합격 이야기를 듣고는 갈지 말지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활동하고 있네요. 저는 모델 일만 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자기 몸 긍정주의 활동가로 나서고 있죠. 그쪽 활동을 더 많이 하니 모델 일만 하기엔 무리가 있죠."

김보빈 학생모델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일하는 배경이 됐을 자존감 관련 질문을 했어요. 김씨는 단호하게 답했죠. "자존감은 키운다고 키워지지 않아요. 태어날 때 다 똑같이 가지고 있는데 환경에 의해 깎여 나갈 뿐이죠.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높고 누구는 낮고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적이기 때문에 '자존감은 이렇게 하면 높아집니다' 하고 말할 순 없어요. 제가 강조할 건 이거예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를 좋아하는 것, 나만은 내 편이 되는 것'이죠.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남이 뭐라 하든 나를 응원하는 겁니다. 아무도 오롯이 내 편이 아니거든요. 스스로 믿는 힘이 중요해요. 전 그게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의심하게 하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마세요. 예를 들어 삼시세끼 다 먹으면 나를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거예요. '나는 너무 대단해! 나는 너무 좋아!' 스스로를 사랑하는 거예요. 자존감으로 사는 거죠. 내가 나를 좋아하는 일을 방해하는 사람은 멀리 하세요."

자신감 높이는 '꿀팁' 알아볼까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지?" "난 이 일을 왜 하는 거지?" 자신이 아닌 남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질병이에요. 남들의 기대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다면, 경고음이 울린 겁니다.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고, 그 목표가 자기 내면에서 나왔는지 곱씹어 보세요. 여러분이 당장 따라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목록도 소개합니다. 이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 현재 국제여성미디어재단(International Women's Media Foundation) 이사를 맡고 있는 영국 저널리스트 캐티 케이(Katty Kay), 미국 저널리스트 클레어 시프먼(Claire Shipman)이 고안한 자신감 높이는 방법이에요.

1) '나만의 기준에 맞는 롤모델'을 선정합시다
본받고 싶은 롤모델의 사진을 핸드폰, 컴퓨터 등에 저장해 두고 외모에 집착하게 될 때마다 꺼내 보세요. 이 때 롤모델은 유명인일 필요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들, 활동하는 사람들(뛰고 있거나 무언가를 만들고 있거나 집필을 하고 있거나)을 찾아 롤모델 후보에 올립시다. 나의 가치관,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는 인물들도 롤모델로 삼기 좋습니다.

2) 결승선을 바꿉시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거나 '남의 기준'에 완벽한 사람이 되련느 것이 목표라면 목표를 당장 바꿔야 합니다. 도달하려는 결승선(대회 우승, 전교 1등, 팔로워 수 1위 등)을 다시 돌아보세요. 결승선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까? 정말 스스로 원하는 일인가요? 아니라면 다른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하세요.

3) 최선을 다했다면 충분합니다
최고일 필요는 없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면 충분해요. 완벽해야 하고 남들 눈에 보기 좋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립시다. 시간은 소중하니까 자신이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최고보다 최선이 더 좋은 접근법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4) 현재에 초점을 맞춥시다
완벽주의는 이미 일어난 일 혹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혹시 '내가 예전에 잘못한 일'이나 '앞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오늘, 지금에 초점을 맞추세요. 그래야 자신감을 쌓고 일상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기자 취재후기

김민솔(서울 세화여중 1) 학생기자
날씬한 친구들이 다이어트 해야 겠다고 말하는 걸 종종 봐요. 그러다 보니 저도 다이어트에 별 생각 없다가도 식사할 때마다가 '나도 다이어트 해야 하나' 생각 하더라고요. 다이어트 생각이 전염도 돼요. 그런데 다행인 건 아직까진 생각만 했지 실천은 안 했다는 거예요. 전 충분히 말랐거든요. 그런데도 다이어트의 유혹에 흔들릴 때가 있더라고요. 또, 바지 교복을 입으면서 학교에서 편한 옷을 입게 허락하면 얼마나 좋을까 소망도 생겼어요.

윤신혜(서울 전동중 1) 학생기자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직접 김지양님 사무실에 방문해서 인터뷰도 했죠.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여러 가지 열심히 물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은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스트레스를 아예 없앨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들의 속 모르는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나서는 다른 초점에서 제 고민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간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대화로 풀어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최치원(세종 글벗중 1) 학생기자
우리 반에도 이른바 '플러스사이즈'인 학생이 있어요. 친구들은 그 학생을 '돼지'라고 놀려요. 하지만 그 학생은 그냥 웃어넘길 뿐 크게 동요하지 않아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라는 김지양님을 만난 후 그 친구가 떠올랐어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다른 잣대로 자신을 놀려도 스스로 당당하면 떳떳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 사회에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개성이 가득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홍찬희(하남 은가람중 2) 학생기자
스쿨룩스에 간 건 S라인과 딱 달라붙는 교복을 강조하는 다른 교복 업체와 달리 입기에 편한 교복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고 해서죠. 직접 가서 후드 교복을 입어보니 평소에 입던 교복과 다르게 정말 편안해서 평소 교복을 불편하게만 생각하고 싫어했는데 그런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또 다양한 체형과 학생들의 평균 체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죠. 평소에 내 몸이 말랐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고민이었는데 내 몸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김보빈(인천 용현여중 2) 학생모델
지금껏 살면서 알지 못했던 게 많아요. 내가 어떻게 생겼고, 몸매가 어떤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나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 동행취재를 통해 깨달았죠. 사회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는 행동은 지양하려고요. 내 외모를 비판하는 건 사람들은 나쁜 거라는 것도 배웠죠. 남들에게 외모로 잘 보이려고, 사랑 받으려고 애쓰는 것은 필요 없는 노력이더라고요. 김지양님은 아무리 '남들이 나를 손가락질해도 나만은 내 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이 말이 제게 와 닿았죠. '나를 가장 잘 아는 것도 나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도 나이기에,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도 결국 나'라는 얘기겠죠.

이현진(부천 석천중 1) 학생모델
교복 회사를 가서 직접 어떻게 교복을 제작하는지 듣고 입었죠. 또 스튜디오에선 학교 체육복과 교복 회사에서 나온 교복 바지를 연달아 입었습니다. 역시 보고 듣는 것보다 체험해보니 확연히 알 수 있었어요. 치마보다 바지가 편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죠. 이렇게 당연한데 왜 우리는 치마를 입어야 하는 걸까요. 저야 물론 학교에서 체육복 바지를 주로 입고 있지지만, 재질이 안 좋아 엉덩이 부분이 금방 닳기 때문에 고민이거든요. 그러니 교복을 바지로 고정했으면 해요. 치마도 사고 바지도 사기엔 교복 값이 비싸잖아요. 또, 김지양 모델을 만나고 나서는 한국에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모델은 키가 크고 마른 몸매여야 한다는 게 고정관념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솔·윤신혜·최치원·홍찬희 학생기자, 김보빈·이현진 학생모델, 의상 협찬=스쿨룩스, 참고도서=『참을 수 없는 몸의 무거움』·『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또하나의문화), 『나는 왜 자꾸 눈치를 볼까?』(리듬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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