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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군 장악 못해 운신폭 좁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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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인「차오스」(교석·65)가「자오쯔양」(조자양) 의 후임으로 당 총서기에 선출되리라는 조짐들이 강력히 나타나고 있다.
북경의 동구권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한 외신은 빠르면 금주 초에 중공 당 중앙위 전체회의(4중전회)나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 조의 총 서기직 박탈 및 교석의 선출을 공식 결정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앙위 전체회의는 투표권이 없는 후보위원을 포함, 2백75명이 참가하는데 그 중에는 조의 급진 개혁노선에 동조하던 사람이 많아 의견일치가 어려울 경우 약50명이 참가하는 정치국 확대회의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중앙위원회가 개회된다면 이번「반혁명 폭란」분자를 진압한「승리」를 정당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치국 인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87년 1월「후야오방」(호요방) 당시 총서기의 직책을 박탈했을 때도 정치국 확대회의의 형식을 빌렸으나 적법성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을 빚은바 있다.「덩샤오핑」(등소평)을 정점으로 하는 원로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있는 현시점에서 총서기의교체는 핵심적 관건이 될 수 없다.
공산당이 정부와 군 등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이론과는 달리 당 1인자인 총서기가 불과 2년 남짓 동안 두명이나 잇따라 강제 실각 당한 것은 중국의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응변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등소평 등 원로파들이 군부를 배경으로 최고 결정권을 행사하는 인치의 국가임이 또 다시 증명된 것이다.
올해 65세인 교석의 총서기 취임은 예상해 온 정상적인 코스이기는 하나조의 실각이 이를 앞당긴 것으로 봐야한다.
권력의 핵심인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중도파로 구분돼온 교석은 이번 북경사태 중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안 경찰과 사법 등을 관장해온 교석은 중국의 「안드로포프」임을 연상케 한다.
원적이 절강생정해현인 그는 16세에 공청단에 가입, 상해에서 지하운동을 해온 이래 거의 당무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광동성 등 행정 경험을 쌓은 조와 성격을 달리하며 따라서 당정분리라는 입장아래 행정부는「리펑」(이붕)이 명실공히 장악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이번에 당 총 서기직을 바라볼 수 있게된 배경은 ▲말이 적은 대신 과감한 행동파인 그가 이번 배경 피의 진압 당시 이붕과는 달리 전면에 나서지 않아 국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으며 ▲공안·경찰 등의 배경이 있고 ▲이번 사태해결에 공헌을 한「펑전」(팽진)·「천윈」(진운)등 원로들과의 관계가 좋았던 것이다.
호요방·조자양과는 달리 정치개혁에는 보수적 성향을 견지함으로써 등소평의 입장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석은 등소평을 비롯한 원로들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것 외에도 행정부의 이붕이나 군부의「양상문」(양상곤)등을 의식해야하는 제약을 받음으로써 호요방이나 조자양보다도 운신의 폭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85세에 이른 등소평 사후를 대비해 그가 얼마나 자기 세력을 굳힐는지가 주목된다.
【홍콩=박병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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