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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잃은 샤넬, 후계자 비르지니 비아르 누구? “라거펠트 오른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패션계의 큰 별’ 칼 라거펠트(85)가 1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뒤를 이어 샤넬의 미래를 끌고 갈 후계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년 이상 가장 가까운 협력자”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샤넬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가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30년 이상 라거펠트의 가장 가까운 협력자였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디렉터인 비르지니 비아르가 그를 이을 것이라고 전했다.

칼 라거펠트(가운데)와 비르지니 비아르. [뉴욕타임스 캡처]

칼 라거펠트(가운데)와 비르지니 비아르. [뉴욕타임스 캡처]

NYT는 “라거펠트의 오른팔이자 왼팔이었던 비아르는 이 패션하우스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며 “샤넬의 알렝 베르트하이머 최고경영자(CEO)가 ‘가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유산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컬렉션을 위한 창작 작업을 그녀에게 맡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비아르는 프랑스 서부 디종의 실크 원단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모나코 왕국 레니에 왕세자의 집사였다고 한다. 프랑스 리옹에 있는 패션스쿨에서 영화와 연극의상을 전공했고, 이후 파리 유명 영화 의상 디자이너인 도미니크 보그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그러던 중 1987년 부모님 이웃의 추천으로 샤넬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됐고, 1997년 샤넬의 스튜디오 디렉터로 임명됐다.

그녀는 1년에 6건 가량의 컬렉션을 관장한다고 한다. NYT는 “그녀는 모델 캐스팅을 승인하고, 무대 뒤에서 세부사항들을 점검하는 일까지 깊게 관여했다”고 전했다. 라거펠트와는 매일 만나면서도 수시로 전화하고 스마트폰으로 스케치를 주고 받는 등 깊은 관계로 지냈다. NYT는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칼이 샤넬의 기관차라면, 비르지니는 레일이다”라고 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비아르의 남편은 장 마르크 피오트라는 음악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둘 사이엔 20대 아들이 있다.

칼 라거펠트. [AP=연합뉴스]

칼 라거펠트. [AP=연합뉴스]

비아르는 최근 몇년 간 컬렉션에서 라거펠트와 동행해 피날레에 서는 경우가 많아지며 머지않아 라거펠트의 뒤를 이을 인물로 거론됐다.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샤넬 오뜨 꾸뛰르에 라거펠트가 불참하면서 건강악화설, 은퇴설 등 각종 추측이 불거졌을 때도 그를 대신해 피날레에서 웨딩 수영복 차림의 비토리아 세레티 옆에 서 있던 이가 비아르였다. 샤넬을 맡은 35년간 라거펠트가 피날레에 서지 않은 적은 없었다.

당시 샤넬 측은 “라거펠트가 심신이 지쳐 참석하지 못해 스튜디오 디렉터인 비르지니 비아르에게 대신 참석해달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라거펠트가 이미 은퇴 수순을 밟고 있고 비아르가 후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라거펠트가 사망하면서 샤넬의 창조성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비아르가 라거펠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창조적 비전을 확실히 제시할 수 있는지, 샤넬이 널리 인정받는 외부인사를 영입할지가 샤넬의 미래에 결정적이라고 썼다. 외부인사로는 지난해 LVMH의 셀린느를 떠난 피비 필로와 랑방의 알버 엘바즈 등을 지목했다.

블룸버그는 “라거펠트의 죽음은 샤넬이 상징적인 창업자를 잃은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며 “1983년 이래로 라거펠트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권위로 샤넬을 지배했고, 96억 달러(약 10조8000억원)의 연매출을 내는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썼다. 앞서 창업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사망한 후 샤넬은 12년간 향수 ‘샤넬 넘버 5’의 매출에 의지하는 등 과도기를 겪었다. 이후 샤넬에 합류한 라거펠트는 브랜드 코드를 재창조해내면서 27억 달러의 순익을 올리는 회사로 발돋움시켰다.

한편 라거펠트가 이끌었던 또 다른 브랜드 펜디 측은 후계문제를 논의하기에 이르다는 입장을 표했다. “우리는 그(라거펠트)의 삶을 기리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경의를 표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려 한다”면서다. 펜디는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최신 컬렉션을 예정대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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