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 외치며 힘으로 공청회 막아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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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이들도 나름대로 이유와 주장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열리는 공청회를 방해할 권리는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는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을 외면하고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공청회를 방해한 것은 반민주적인 폭거다. 내 주장만 옳고 다른 의견은 아예 묵살하겠다는 발상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할 수도 없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여러 단체는 국민의 대변자가 아니라 그저 이익집단일 뿐이다. 공청회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자리가 아닌가.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물리적으로 막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절차와 질서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 주요 현안을 놓고 이익집단들의 폭력적인 집단행동이 기승을 부리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이 염려스럽다. 12일 저출산대책 공청회가 육아지원금을 요구하는 미술학원장들의 회의장 점거로 무산됐고, 22일 외국인학교 설립규제 완화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도 반대세력들의 조직적 방해로 파행을 겪었다. 이래서는 건전한 토론과 생산적인 대안 마련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적나라한 투쟁의 장'으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공청회 방해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 또 정부도 이 같은 불법 행위에는 단호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