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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멎었으나 검거 선풍 부는 북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명보는 8일 중앙 TV가 「계엄군 지휘부 신문처」의 제공을 받아 방영한 「리펑」 (이붕)「왕전」 (왕진) 국가 부주석의 계엄군 위문 화면에 의문점이 많다고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좌파계 문회보도 서방 관찰가의 말을 인용해 「괴상」하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중앙 TV나 신화사가 이 화면은 『계엄군 지휘부 신문처가 제공한 것임을 강조했는데 이는 4일 이후 중국의 보도 기관들이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방법으로 이렇게 활용해왔으며 이붕이 격려 연설을 할 때 계엄군들이 화면에 비치지 않았으며 이붕의 연설 전에 겨우 수십명의 여군이 보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화면이 세련되지 못하게 편집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회보도 이붕이 계엄군들과 악수도 하지 않고 거리도 너무 떨어져 있다고 보도했다.

<버스·지하철 등 운행 시작>
「피의 대학살」 6일째를 맞은 8일부터 북경 거리가 다소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며 9일 오전은 자전거 행렬이 크게 늘고 지하철 전 노선과 버스 일부 노선이 개통되는 등 평온을 되찾고 있다.
외국인 거주 지역 및 대사관 지역인 건국문외 (천안문 동쪽 4km 지점)에 포진했던 20여대의 장갑차와 탱크도 사라지고 자동 소총을 든 군인들만이 경계를 하고 있고 27군과 38군이 교전을 벌였던 복흥문 외에 포진했던 탱크와 장갑차들도 모습을 감췄다.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그동안 봉쇄 지역이었던 권력 기관의 소재지 중남해 옆 도로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통과하고있다.
천안문 광장 남쪽 전문에도 무장을 한 계엄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차량이 통행하고 있으며 장안가에는 여름 제복인 하얀 유니폼의 교통 순경들이 다시 등장함으로써 그간의 무정부상태가 다소 회복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계엄군은 여전히 주요 기관과 건물을 삼엄히 경비하고 있으며 천안문 광장에는 여전히 탱크와 장갑차들이 포문을 밖으로 향하고 있다.

<호텔 객실은 텅텅 비어>
기자가 머물고 있는 천안문에서 4·5km 떨어진 동장안가 호텔 앞에서는 8일 오후 11시30분쯤 귀청을 뚫는 듯한 총소리가 한동안 계속됐는데 시위 주동자 검거에 나선 공안 경찰 및 계엄군들이 트럭을 타고 도주하는 남자를 쏘아 쓰러뜨렸으며 유탄이 호텔 객실 유리창과 가로등을 뚫는 공포의 방을 보내야했다.
4백25개의 객실이 있는 이 호텔은 투숙객들이 떠나버려 겨우 20여실만 찼는데 대부분 미·일·프랑스 등지의 기자들이었으며 홍콩 기자들은 6일 모두 철수했다. 【북경=박병석 특파원】

<학생들 계속 시위 다짐>
북경 대학 캠퍼스에선 8일 학생들이 탁구를 치는 등 표면상으론 일단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운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경 사범대의 한 학생은 『현재의 평온은 표면적일 뿐』이라고 말하고 『그토록 많은 인명이 살상됐는데 어떻게 참다운 평온이 올 수 있는가. 학생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 지도자들이 죽었다면 새 지도자가 나타날 것이다.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사태는 일시 평온해졌으나 군은 영원히 주둔할 순 없다. 그들이 가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경=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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