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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 주범들 여전히 건재|중국 언론 보도를 통해 본 동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공당 기관지 인민 일보 (국내판)는 6일 1면 머리에 「리펑」 (이붕) 수상, 「양상쿤」 (양상곤) 국가 주석, 「차오스」 (교석) 정치국 상무위원과 관련된 기사를 유혈 진압 사태 이후 일제히 처음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최근 이들 지도층들의 동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홍콩·대만 매스컴들의 이들과 관련된 관측을 부인 또는 해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수상은 정부를, 양 국가 주석은 국가 (또는 군)를, 교석은 당을 대표 또는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날 신문은 정·국 (군)·당을 골고루 배정한 셈이다.
홍콩·대만의 일부 매스컴들이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 (등소평) 사망설 ▲이붕 총상설 ▲교석의 당 총서기대행설 등을 추측 보도함으로써 상황 판단에 상당한 혼란을 가져왔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중국 국무원 (내각) 대변인 「유엔무」는 6일 기자 회견에서 등소평 사망설을 「순전한 헛소문」이라고 부인하고 이 같은 보도는 혼란을 조성하려는 음모가 게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6일 현재 등소평이 사망했다는 보도는 일단 부정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중국 관찰자들이 등소평의 신변이 정상적인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중병설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의 최고 실력자이며 중앙 군사위 주석으로 군권을 쥐고 있는 등은 지난달 16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중소 정상 회담 이후 그의 동정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피의 대학살을 부른 무력 진압은 양상곤·이붕의 건의에 따라 등이 최종 결정했을 것이라는 판단은 가능하다.
이붕의 총상설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경의 믿을만한 소식통은 그가 피격 당한 것은 사실이나 생명이나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인민일보가 7일자 1면 머리에 신화사 통신을 인용해 이 수상이 6일 오전 수상 사무처 회의를 소집해 5월 경제 동향을 보고 받았고, 이 자리에는 부수상 「야오이린」과 「텐지윈」도 참석했다고 보도한 것은 이붕이 여전히 수상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이날 인민일보는 또 이번 피의 대학살을 주도했던 양상곤 국가 주석이 5일 이란의 「호메이니」 사망을 애도하는 전보를 「하메네이」에게 보냈다는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지난 20일 계엄령 선포 이후 양의 동정을 최초로 보도, 그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인민일보는 1면 왼쪽 하단에 3단 기사를 싣고 「최고 인민 법원」이 교석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반혁명 포란」 진압을 결정한 당 중앙의 조처에 전적인 지지를 표시한다는 전보를 보낸 것을 공개한 것은 크게 주목을 끄는 것이다.
이는 중도파로 분류돼온 교석이 실각된 「자오쯔양」 총서기를 대신해 당 주도권 또는 실무 권한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계엄령 선포 당시 이붕은 『당 중앙과 국무원을 대표하여 중요 담화를 발표한다』고 밝혔으며 이를 계기로 당은 이붕이, 국무원은 요의림이 대행 체제를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7일자 인민일보 보도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중공 당사는 권력 투쟁이 외부와는 단절된 궁정 투쟁 형식으로 이뤄지면서 결국 군부의 다수 지지를 얻은 자가 대권을 굳힌 뒤에야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되며 당기구나 헌법 기관 등을 소집해 통과하는 절차를 보여왔다. 현시점에서는 상황이 유동적이기는 하나 당에서 교석, 정부에서 요의림, 군에서 양상곤이 돋보이고 있다. 【북경=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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