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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닮은 꼴 전개중....회담 결과는?

중앙일보

입력

오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을 보름 앞두고 북ㆍ미와 개최국인 베트남이 본격 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베트남의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왼쪽)이 12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민 장관은 이날 오전 경유지인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같은 날 낮 12시55분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했다.[사진 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베트남의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왼쪽)이 12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북길에 올랐다. 민 장관은 이날 오전 경유지인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뒤 같은 날 낮 12시55분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했다.[사진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은 지난 6~8일 평양에서 실무협상에 이어 다음 주 2차 실무협상을 예정하고 의제 조율을 위한 내부 협의에 몰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엘페소에서  “나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 어쩌면 심지어 아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지난해 6월)처음 정상회담 때 그랬듯이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도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섰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방북 결과를 청취하고 향후 협상 대책에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미 정상 회담 앞두고 12일 베트남 외교장관 방북 #김영철 부위원장의 키맨 역할, 국빈방문, #D-데이 확정뒤 실무협상 등 싱가포르 회담때와 닮은 꼴

북한 역시 각종 매체를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문하는 등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기 싸움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상회담 개최국인 베트남은 12일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평양에 급파해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과 정상회담 기간 의전과 관련한 조율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윁남(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 부수상 겸 외무상 팜 빙 밍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웬남 외무성 대표단이 12일 평양에 도착하였다"고만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정상회담과 닮은꼴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당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급물살을 탔던 게 그렇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정상회담 메이킹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달 18일에도 백악관을 찾아 친서 전달과 함께 정상회담을 확정한 뒤 귀환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 간 뉴욕 채널 등 다양한 정보 교환 루트가 있지만, 아직 신뢰가 부족해 최고지도자 간의 의사교환 방식 즉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인 김영철 부위원장이 이번에도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날 평양을 찾은 민 장관 일행은 이날 오후 평양에 도착해 이용호 외무상 등 북한 관계자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해 싱가포르도 같은 행보였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발라크리쉬난외교장관을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을 요청했고, 북한이 이를 수락하는 '형식'을 취했다. 베트남 역시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을 공식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식 개혁 개방(도이머이) 현장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럴 경우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미국과 담판뿐만 아니라 경제적 변화상을 참관하는 ‘학습’의 기회를 갖는 것도 싱가포르와 빼닮았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며 “1차 정상회담을 ‘무사’하게 치른 만큼 북한은 싱가포르를 롤모델로 베트남 당국에 의전과 경호를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D-데이를 잡은 뒤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점도 1차 때와 같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6월 12일이라는 날짜를 정해놓고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판문점에서 사전협상을 진행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현지에서 회담 직전까지 실무진들이 의제 조율에 들어가는 벼락치기 회담을 했다. 이번 역시 D-데이를 잡은 뒤 실무협상을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건 마찬가지다.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 특별대표도 지난주 2박 3일간 실무협상에서 매듭을 짓지 못해 추가 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팽팽한 상황이어서, 실무협상에서 의제조율을 사실상 끝내고 진행하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이 아닌 정상 간 담판에서 회담 결과가 판가름날 가능성도 크다. 양측이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이틀간 잡은 것도 이를 짐작케 한다.

단, 실무협상을 판문점이 아닌 평양에서 진행한 데 이어 제3국서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나 최선희 외무성 부상-성 김 주필리핀 대사가 나섰던 협상 대표가 교체된 건 차이점이다. 또 회담 16일 전에야 날짜를 확정했던 1차 때보다 40일이라는 준비 기간을 갖게 된 것도 싱가포르에 비해 다소 여유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는 요소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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