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표적인 빨치산 2세대로 꼽히는 오일정 전 노동당 군사부장의 신변 이상설이 제기돼 당국이 실체 파악에 나섰다. 오일정은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이 항일 빨치산 활동 때 측근으로 활동했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셋째 아들이다.
김일성 측근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아들 #백화원초대소 리모델링 공금 횡령 연루설 #숙청 뒤 복귀해 최근 김정은 밀착 수행 행보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한 차례 숙청을 겪었던 오일정이 복권돼 활동을 이어 갔으나 최근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그가 공금(외화)을 횡령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고, 김 위원장이 철저한 처벌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그가 지난해 북한의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의 리모델링 공사과정에서 부정에 연관됐다는 소문이 돈다.
오일정은 2015년 6월 17일 진행된 고사포병 사격대회 때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그해 8월 중장(별 둘)에서 소장(별 하나)으로 강등된 뒤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2017년 2월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는 참여치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김 위원장을 21차례나 수행해 부활을 알렸다. 이 시기 김 위원장이 33차례의 현지지도를 한 점을 고려하면 그림자 수행을 한 셈이다. 그래서 그가 인민무력부장 등 군 지휘부 책임자로 발탁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오일정의 숙청설이 사실일 경우 김 위원장이 체제단속의 고삐를 죄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일환으로 대규모 자본 유치와 관계개선을 추진 중인데, 이를 앞두고 본보기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평등을 주창하고 있지만, 빨치산 출신과 그 가계는 성골(聖骨)에 해당하는 대접을 받아 어지간한 잘못을 해도 용서가 된다”며 “2013년 12월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무위 부위원장 처형을 통해 처벌에는 예외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처럼 시범케이스 처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그의 복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견제일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오일정이 김 위원장의 최측근 자리에 접근하는 걸 차단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 제거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충성경쟁이자 지도부 내부의 권력투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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