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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10조 사상최대에도 못 웃는 금융지주 회장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실적 경쟁에서 신한금융그룹이 1년 만에 KB금융그룹을 누르고 ‘리딩뱅크’ 를 탈환했다.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늘어난 이자수익으로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스1]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스1]

12일 각 금융사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2017년보다 5468억원(5.5%) 늘어난 10조4851억원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1567억원 순이익을 올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같은 기간 3조689억원을 벌어들인 KB금융을 878억원의 차이로 제쳤다. KB금융의 추월로 제동이 걸렸던 2017년을 제외하면 신한금융의 1위 독주는 2008년부터 10년째다. 2조2402억원을 번 하나금융과 2조192억원 수익을 올린 우리금융이 뒤를 이었다.

KB금융을 제외한 세 곳은 모두 각 사 기준으로 최고 순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우리금융은 1년 전보다 33.5%나 많은 순이익을 거뒀고, 하나금융은 10%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순이익이 8% 늘며 7년 만에 ‘3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KB금융은 7.3% 줄었으나 희망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오히려 2.2%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몸살을 앓았던 임금ㆍ단체협약 교섭으로 특별성과급과 희망퇴직금으로 50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금융사의 실적 잔치는 이자 영향이 컸다. 부동산 대출 증가에 따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이 커지면서 이자이익이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과 예금 금리의 차이는 2.31%포인트로 5년 만에 가장 컸다. 그 결과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거둬들인 전체 이자이익만 28조7733억원에 이른다.

이자부문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순이자마진(NIM)도 대부분 상승했다. 1위를 차지한 신한금융의 은행 NIM은 1년 전보다 0.06%포인트 오른 1.62%다.

하지만 역대급 성과에도 금융그룹은 웃지 못하고 있다. 핵심 수익인 이자이익이 감소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미 정부 규제로 가계 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오는 7월부터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계산법도 바뀐다. 새 기준금리는 현재보다 0.27%포인트 낮은 수준이어서 그만큼 은행 이자 수익도 줄 수 있다. 더욱이 비은행 부문의 핵심인 신용카드사마저 올해부터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돼 실적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주요 금융그룹은 인수합병(M&A)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는 핀테크 기업인 토스(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KB금융그룹은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비은행권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마트폰뱅킹 활성화 등 은행권 영업환경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어 과거처럼 이자 수익에 기대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디지털 사업부와 자산관리,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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