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는 「과기 정책」기대|좋은 안 내놓고도 정책조정에 한계 부닥쳐|과기처위상 한 차원 높아진 셈|과학기술자문회의 과제와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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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과학기술에 관한 기본정책방향과 과학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의 발전에 관한 사항, 대통령이 부의 하는 사항 등을 심의하고 각계 각층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건의, 자문하는 대통령소속의 「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발족됐다.
연초 과기처의 업무보고시 헌법 제127조의 규정에 의한 자문기구설치 건의에 따라 이번에 설치된 자문회의는 ▲기초과학 ▲생산·응용기술 ▲복지기술 ▲경제·산업경영 ▲기술관련단체 ▲교육·사회분야 등에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문회의규정과 운영세칙에 따르면 분야별 심의사항을 심도있게 조사·연구하기 위해 3개의 분과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전문적인 조사연구를 담당할 6명의 전문위원을 두도록 돼있다.
지난5일 첫회의에서 확정된 분과별 관장을 보면 ▲제1분과는 기초과학·첨단과학분야의 개발대상과 우선순위, 자원확보·배분에 관한 사항 ▲제2분과는 과학기술과 경제·산업발전에 관한 사항 ▲제3분과는 과학기술과 교육·문화창달·사회·복지 등에 관한 사항 등이다.
자문회의의 간사는 과기처차관이, 사무국장은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과학기술정책평가센터 소장이 맡게 된다.
자문회의는 대통령의 과학기술혁신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표상으로, 또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활동에 거는 과학기술계의 기대도 매우 크다.
과학기술발전이 긴박하고도 중요한 사항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동안의 과학기술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덜된 상태에서 조급하게 결정되고 정권 또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그 골격이 흔들리고 변질되는 사례가 너무 많았던 실정이었다.
또 과기처가 아무리 좋은 안을 내놓아도 정부조직법상 제일 하부에 있어 정책을 조정하고 집행하는데 힘의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자문회의의 설치는 과기처의 위상을 한차원 높이는데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자문회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객관적이고도 소신 있는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이다.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각계 인사」중에서 선정했다고 하지만 거의가 특정분야를 대표하고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란 점에서 인식이 다른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도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정책이 주요부처의 핵심적인 기능으로 대두됨에 따라 현재 각부처가 제각기 정책을 수행, 이해가 엇갈리고 중복되는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일관성 있고 공개적 합의에 의한 정책수행이 필요하다.
또 위원들이 전력이나 대표성을 지나치게 의식함으로써 이도 저도 아닌 알맹이 없는 방안을 내놓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올바른 현안문제파악 위에 정확한 미래방향을 제시함으로써 20여년전의 유명무실했던 자문기구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과학계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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