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대우조선」|임금투쟁-직장폐쇄 불사 자중지난노조 파업여부 투표 따라 진로 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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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우조선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파국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측은 7일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회사측은 이에 맞서 직장폐쇄 등 강경 조치도 불사하고 있다.
게다가 관리직 사원 3천여 명이 6일 「노조원들의 관리직 사원 폭행」에 항의, 집단사표를 제출하고 7일부터 출근을 거부함에 따라 사태는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에 종업원들간의 갈등이 겹치는 혼미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회사내의 분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지난 3월 27일 발표한 지원계획을 백지화시킨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어 대우조선은 극적인 사태의 진전이 없는 한 문을 닫아야할 막바지 초읽기에 몰린 상태다.
정부는 당초 1조3천억 원의 부채를 지고있는 대우조선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때「근로자들의 임금상승 자제노력이 담긴 노사협약서 또는 공개약속」을 전제로 했다.
또한 양동생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들은 관계기관과 여야 4당을 방문, 「우리직장의 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분별 없는 노사분규와 쟁의는 중단할 것」을 약속한바 있다.
그러나 노조측은 지난 5월 9일 56%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사태는 급전직하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대우조선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57만 8천 6백 99원 (88년) 인데 노조측은 이 임금이 동종업계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임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금년 임금인상은 불가능하지만 내년에 동종업계의 90%수준, 내 후년에 1백%수준으로 올리고 금년 임금인상 억제에 대한 보상으로 김우중 회장 소유 액면가 1만원의 대우조선주식을 1천 원에 1인당 3백 주씩 양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상모씨 등 근로자2명의 분신자살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임인택 상공차관이 지난1일 현지에 내려가 「무리한 임금인상을 자제하지 않을 경우 정부지원을 백지화한다」 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회사측은 지난5일 노사협상에서 90년 이후 임금인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나 이 제의도 노조측에 의해 거부당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사태가 갈 때까지 다 간 느낌』이라면서 『노조는 냉각기간이 끝나는 9일 이후 파업 날짜를 결정할 테고 10일께 김 회장이 소련에서 돌아오면 회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따라 정부는 지원방침백지화의 예정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결국 대우조선은 노사분규에 의해 문을 닫는 최초의대기업이 될 위기에 직면했다.
대우조선 폐쇄가 가져다 줄 엄청난 국내의 파장은 차치 하더라도 작년 10월 이후 6개월 간의 긴 논란 끝에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대우조선 지원계획, 7년 만에 모처럼 맞은 조선업계 호황을 자중지난으로 물거품을 만드는 안타까운 현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관심은 7일 진행되고 있는 파업 찬반투표에 쏠려 있는데 근로자들이 파업반대 결정으로 소생의 길을 열어 놓을지, 파국의 국면으로 몰고 갈지 대우조선 사태는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있다.<한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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