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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김택진, 문 대통령 만나 “국내 벤처 역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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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는 거꾸로 해외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벤처기업인 7명과 청와대 대화 #김택진 “정부가 스마트해져야” #한 달 만에 또 벤처기업인 간담회 #이승건 “주52시간 또 하나의 규제” #김범석 “불확실성이 외자 막아” #1시간 넘게 애로사항 쏟아내

“주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된다.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1세대 벤처기업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인과 벤처기업 육성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혁신 창업이 활발해져야 한다“며 ’창업된 기업이 유니콘 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뒷줄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 책임자, 문 대통령, 김범석 쿠팡·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1세대 벤처기업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인과 벤처기업 육성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혁신 창업이 활발해져야 한다“며 ’창업된 기업이 유니콘 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뒷줄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 책임자, 문 대통령, 김범석 쿠팡·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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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벤처기업인들이 쏟아낸 요청들이다. 문 대통령은 설 연휴 직후인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벤처기업인 7명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인의 만남은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 만이다. 당시 간담회가 2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로 진행됐다면 이날 행사에는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 1세대 벤처기업인과 기업 가치 1조원(10억 달러) 이상의 벤처기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의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대표 등 7명만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8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만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며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에 법안이 동등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도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의 진입이 어려운데 우리는 거꾸로”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했는데,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투명경영 늘어, 국민 반기업 정서 해소될 것” 

1세대 벤처기업인과 유니콘 기업 대표가 참석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혁신 벤처기업 간담회’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 둘째)이 이야기하고 있다. 장 위원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왼쪽 둘째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1세대 벤처기업인과 유니콘 기업 대표가 참석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혁신 벤처기업 간담회’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 둘째)이 이야기하고 있다. 장 위원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왼쪽 둘째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정부의 규제개혁과 관련,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건 대표도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권오섭 L&P 코스메틱 대표는 “외국과 다르게 우리는 판매자와 제조자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하나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규모 확대)이 중요하다”며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도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있어 장점보다는 단점들을 더 부각해서 보는 경향이 있어 (규제개혁)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들이 나온다면 국민들도 규제 유무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해진 네이버 GIO 등이 “자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되리라 본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있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의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으로 여러 가지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에는 “한국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고 부대변인은 전했다. 주52시간 근무와 관련한 문 대통령 답변은 무엇이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 부대변인은 “한분 한분의 제안과 요청에 대해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을 다 준 상황은 아니었다”며 “해당 부처에서도 잘 살펴보라는 언급은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설 연휴 이후부터 경제 활력을 위한 일상적인 ‘경제 챙기기’ 일정을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8일에는 전국 기초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지역 경제 활력을 위한 역할을 당부할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전국경제투어 여섯 번째로 부산을 방문해 ‘스마트시티 전략보고회’에 참석하고, 이달 중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공식화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주목받고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 온 경제살리기 행보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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