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방일 언급…일본은 차관 제공으로 화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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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중.일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3일 중국에 748억 엔(약 6200억원)의 차관을 제공키로 하는 문건에 서명했다. 이 차관은 3월 말로 끝난 2005회계연도 분이다. 일본은 중국과 과거사와 동중국해 천연가스 개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이 차관의 집행을 보류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 차관은 ▶환경 보호 ▶인적 자원 개발 ▶교육 등 10개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1979년부터 중국에 차관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부터는 자국의 경기 침체를 이유로 액수를 줄여왔다.

이에 앞서 중국 측이 먼저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10일 미야모토 유지(宮本雄二) 신임 주중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조건이 정리되면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3월 31일 일본 친선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신사 참배를 중단하면 일본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대표적인 중국통인 미야모토를 신임 대사로 임명한 것 자체를 중국과의 관계 개선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미야모토 대사는 외무성 내 '차이나스쿨(중국연수자 모임)' 출신으로 외무성 중국과장과 중국 공사를 지냈다.

중국 외교부도 화해의 몸짓을 보였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 인민대회우호협회와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공동으로 24일부터 사흘간 랴오닝성 후루다오(葫蘆島)에서 '일본인 100만 명 본국 송환 6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그는 "이 행사는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양측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패망 직후 후루다오에 일본인 105만 명이 고립돼 있었으나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1946년 5월 7일 이들을 모두 일본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중국 내 일본 전문가들 중에는 "양국의 관계 개선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홍콩의 문회보(文匯報)도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일본의 대중 관계 개선 의지는 분명하지만 역사 문제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양국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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