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호성 낚시꾼 스윙, PGA에서도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 도중 야디지북을 보면서 코스 공략법을 연구하는 최호성. 그가 미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 도중 야디지북을 보면서 코스 공략법을 연구하는 최호성. 그가 미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7일 밤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초청 선수로 참가하는 ‘낚시꾼 스윙’ 최호성(46)이 미국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라이언 러플스(호주)는 최호성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그를 ‘아이돌(idol)’이라고 표현했다.

오늘밤 페블비치 프로암 출전 #배우 크리스 오도넬 동반 라운드 #미국 첫 방문해 집중 조명 받아 #“낚시꾼 스윙은 내 골프의 일부”

PGA 투어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호성에 대해 알아보기’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바닷가에서 자란 최호성의 아버지는 어부였으며 어머니는 해녀로 일했다는 내용과 함께 최호성이 고교 시절 참치 해체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사연도 소개했다. 최호성은 또 미국 골프채널, 골프닷컴 등과도 인터뷰를 했다.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최호성. [사진 최호성]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최호성. [사진 최호성]

최호성은 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20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해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유연성 등 부족한 점이 많다. 거리를 늘리기 위해 큰 동작으로 연습을 하다 보니 지금의 (낚시꾼) 스윙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 얼굴이 다르듯 골프 스윙도 각각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 쓴 적은 없다. 내 스윙은 내 골프의 일부다. 내 스윙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오도넬. [중앙포토]

크리스 오도넬. [중앙포토]

대회는 156명의 선수와 156명의 셀러브리티 아마추어들이 함께 경기를 펼친다. 최호성의 아마추어 파트너는 영화배우 크리스 오도넬(49)로 확정됐다. 오도넬은 1992년 알 파치노와 함께 ‘여인의 향기’에 출연했던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다. 영화 ‘삼총사’에선 달타냥, ‘배트맨 포에버’에선 로빈 역을 맡았고, 범죄 드라마 ‘NCIS LA’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오도넬은 LA 명문 클럽의 회원이며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단골로 참가한다.

미국프로풋볼(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인 애런 로저스도 최호성과 한 조에서 경기한다. 로저스는 팀 연고지인 위스콘신 주에 사는 프로골퍼 제리 켈리와 한 팀으로 경기한다. 한 조에 4명이 라운드하기 때문에 최호성과 같은 조에서 샷을 뽐내게 됐다.

로저스는 최호성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뉴스가 나온 지난달 15일 트위터에 “나와 제리 켈리의 조에 반드시 최호성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로저스는 NFL의 인기팀 그린베이 패커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2010년 팀을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면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두 차례 정규시즌 MVP에도 뽑혔다. 최호성은 “로저스가 미국 최고의 풋볼 스타라는 걸 알고 있다. ‘나와 같이 플레이하고 싶다’고 말해줘서 매우 영광”이라고 말했다. 최호성은 8일 오전 2시 17분(한국시간) 몬터레이 페닌슐라 골프장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 폼은 우즈, 매킬로이 등 해외 유명 골퍼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 폼은 우즈, 매킬로이 등 해외 유명 골퍼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

AT&T 페블비치 프로암은 1937년 시작된 유서 깊은 대회다. 해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명 코스인 페블비치에서 열린다. 2000년 US 오픈에서 타이거 우즈가 15타 차로 우승한 곳이며 올해 US오픈도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 미국 골프채널은 “페블비치와 최호성의 스윙 중 어느 것이 더 멋진가”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연습 라운드 도중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최호성. [사진 PGA 투어]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연습 라운드 도중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최호성. [사진 PGA 투어]

최호성은 대회가 열리는 페블비치에 대해 “(코스가) 워낙 아름다워서 경치를 구경하다 내 공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또 코스 공략 방법에 대해 “내 몸이 가는 대로 구질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이 더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몸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리모컨이 달린 것처럼 공이 움직인다. 이번 대회에서도 계속 (같은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성은 지난달 27일 가족과 함께 LA 공항에 내렸다. 그는 미국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선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가는 동안 ‘내가 드디어 미국 땅에 왔구나’라는 생각에 심장이 뛰었다”고 털어놨다. 최호성이 미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장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는데 그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먹은 건 인앤아웃 햄버거였다.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연습 라운드에 나선 최호성. [게티이미지]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연습 라운드에 나선 최호성. [게티이미지]

최호성은 지난해 한국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하면서 특이한 스윙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주 활동 무대인 일본에서도 ‘한국의 호랑이씨’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나 주의 한 레슨프로는 “골프에는 이런 쇼맨이 필요하다”며 PGA 투어에 최호성 초청 청원을 했다.

성호준·김지한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