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 뇌 공격하는 납, 알록달록 장난감 주의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17)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장애, 즉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가 학생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장애, 즉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가 학생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우리 사회 초·중·고등학교에서 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장애, 즉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가 학생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없던 이들 정신 장애가 왜 늘어나고 있을까? 어린이 뇌를 공격하는 가장 대표적인 독성물질의 하나가 바로 납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 몸속의 납 등 환경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해 실시한 ‘제3기 국민 환경보건 기초조사’ 결과로는 혈중 납 농도는 중고생이 0.80㎍/dL, 성인이 1.60㎍/dL였으며 성인의 혈중 납 농도가 청소년보다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한편 성인의 혈중 납 농도는 제1기, 제2기 결과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한국 중고생의 혈중 납 농도는 0.80㎍/dL로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납은 지금의 낮은 농도로도 어린이의 지적 저하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납 농도를 저하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납(lead,Pb)은 보통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흰색 또는 은회색의 광택이 나는데, 공기 중에서는 신속히 산화막을 형성하여 흐릿한 회색으로 변색한다. 이렇게 형성된 산화막으로 인해 더는 부식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준다.

납은 보통 2개 이상의 다른 원소와 결합한 화합물의 형태로 음식물·공기·마시는 물·강·호수·바다·먼지·토양 등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특히 공기 중의 납은 먼지와 함께 먼 거리를 이동한다. 미세먼지 노출은 납의 노출을 가져다주는 중요 오염원이기도 하다.

납은 고대에서부터 오랫동안 여러 용도로 활용했다. 고대 이집트의 납 메달이나 로마 유적의 납 수도관에서부터 현재는 주로 자동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한다. 또 파이프·납 판·축전지·탄약·방사능 차폐물·내외장재 페인트 안료·염색약·도자기 유약·텔레비전의 브라운관·컴퓨터 스크린·가솔린 첨가제 등에 사용한다. 이 중에서도 자동차 배터리 제조에 가장 많은 양이 사용되고, 다음으로 많은 양의 납이 탄약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녹는점이 낮아 납땜이 용이하여 땜납에도 많이 사용한다.

납은 흡입·섭취·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다. 흡입이나 섭취의 경우가 피부를 통한 흡수보다 흡수효율이 높은데, 유기 납은 피부를 통해서도 잘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을 포함한 페인트를 칠하거나 납을 포함한 먼지를 흡입할 때 호흡기를 통해 흡수될 수 있는데, 납 입자의 크기나 호흡 속도 등에 따라 흡수율이 다르다.

어린이는 납 흡수율이 높아 특히 문제가 된다.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만지고 놀 때 자연스럽게 피부를 통하거나 장난감을 입에 넣어 빨 때 위장관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어린이는 납 흡수율이 높아 특히 문제가 된다.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만지고 놀 때 자연스럽게 피부를 통하거나 장난감을 입에 넣어 빨 때 위장관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사진 pixabay]

어린이는 납 흡수율이 높아 특히 문제가 된다. 납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할 때 위장관을 통한 흡수가 이루어지는데 납 화합물이 물에 잘 녹을수록,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흡수율이 높아진다. 어린이의 경우 어른보다 섭취를 통한 흡수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납이 섞인 페인트를 칠한 어린이 장난감 등은 심각한 소아 납중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만지고 놀 때 자연스럽게 피부를 통하거나 장난감을 입에 넣어 빨 때 위장관으로 흡수되기도 한다.

유기 납은 지용성이므로 피부를 통해서도 잘 흡수되지만, 무기 납은 피부를 통해서는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땀이 날 경우 약간 흡수량이 증가하는 정도이다. 납은 흡수되자마자 혈장으로부터 적혈구·연조직·뼈로 빠르게 이동한다. 혈액 내로 들어온 납은 적혈구에 친화성이 높아 95%는 적혈구에 결합하여 혈색소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빈혈을 초래한다.

납은 체내에 들어오면 수일에서 수 주 동안 혈관을 따라 순환하다가 일부는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된다. 배출되지 않은 일부는 체내에 남아 있다가 뼈 조직에 쌓여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체내에 머물게 된다. 뼈에 쌓인 납은 조금씩 혈액으로 나오는데 폐경이나 체중감소, 골다공증, 노화 등으로 뼈가 약해지거나 임신을 하여 칼슘이 더 많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뼈로부터 칼슘을 재흡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납이 혈중으로 흘러들어와 혈중 납 농도가 더 높아진다.

태아 시기에 납 노출은 저체중아, 성장발육 장애, 지능 저하 등을 가져올 수 있으니 산모는 납 노출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산모가 납 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수유도 위험하다. 또한 납의 지속적인 노출은 다양한 만성질환, 특히 고혈압·인지능력 저하·파킨슨병·노인성 백내장·청력 손실 등 노인성 질환과 관련이 있고 급성 복통 등의 위장관계 독성·간독성·신장 독성·면역독성·신경독성을 나타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납은 1987년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인‘Group 2B’로, 무기 납 화합물은 2006년 ‘인체 발암 추정물질’인 ‘Group 2A’로 분류되고 있기에 암 예방을 위해서도 납 노출을 줄여야 한다.

오래된 건물은 납 상수 배관이나 페인트 등에 납이 있을 수 있으므로 20년 이상 오래된 집에 사는 경우 납 검사를 하도록 한다. 상수 배관에서 더운물에 납이 더 잘 녹아 나오므로 마실 물과 요리는 찬물로 하도록 하며, 페인트 조각이나 먼지는 젖은 스펀지나 걸레로 닦아낸다. 납을 포함한 페인트를 제거할 때는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미세먼지로 인해 흐린 서울 도심. 납을 포함한 미세먼지 노출을 피하고 외출에서 돌아올 때 오염된 흙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자주 청소해 먼지를 마시지 않도록 한다. 김선웅 기자

미세먼지로 인해 흐린 서울 도심. 납을 포함한 미세먼지 노출을 피하고 외출에서 돌아올 때 오염된 흙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자주 청소해 먼지를 마시지 않도록 한다. 김선웅 기자

납을 포함한 미세먼지 노출을 피하고, 외출에서 돌아올 때 신발을 깨끗이 하여 오염된 흙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손을 반드시 씻으며 창문틀과 바닥을 자주 청소하여 먼지를 마시지 않도록 한다.

페인트를 칠한 장난감, 페인트칠한 유아용 침대 등을 아기가 빨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이러한 제품을 유아용품으로 선택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일부 어린이용 장신구, 화장품, 염색약 등도 납을 포함할 수 있으므로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납 크리스털 유리 용기 사용 시 납이 유출될 수 있으므로 뜨거운 음식 담지 않도록 주의하고, 용기에 음식을 담아 데우는 행위도 삼간다.

혹시 자신의 집에 그러한 납오염이 존재하는가 우려가 되는가? 곧 일련의 조처를 하여 존재할 수 있는 납오염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를 불러 집안의 페인트칠을 검사하거나 휴대용 계측기를 사용하여 페인트나 땅을 조사하면 된다. 이 방법은 모두 납오염이 발생했는지와 그 발생 정도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다.

전문가를 불러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면 더욱 간단한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매주 날짜를 정해 정기적으로 바닥, 창틀 등을 청소하는 방법이다. 또한 신발을 신고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발 특히 밑창에 바깥에서 묻은 흙과 먼지가 붙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이들의 손을 자주 씻게 하고 특히 음식과 관련해 더욱 청결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들이 아이의 음식 선별에서 철과 칼슘함량이 높으면서 저지방인 것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훌륭한 영양 섭취는 아이들의 신체가 외부환경 속의 납 흡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