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에 드는 홍수 설날 차례로 막아내고, 이월에 드는 홍수 이월 영등으로 막아내고..."
새로운 한 해를 아무 탈 없이 잘 보내게 해 달라고 신께 부탁하는 '홍수막이'의 한 대목이다. 일 년에 드는 열두 홍수를 신년에 다 막아내자는 뜻으로 하는 홍수막이는 앞으로 닥칠 재앙이나 해로운 일을 미리 막아내자는 예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기해년 새해를 맞아 설 연휴 기간 동안 서울 중구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소원성취를 비는 새해맞이 예탐굿을 진행한다. 예탐(豫探)은 집안의 경사스런 일을 조상들에게 미리 알려 재액(災厄, 재앙으로 인한 불운)을 막고자 하는 바람이다.
서울 박수 두 명과 황해도 무녀 두 명이 '굿도 보고 점도 치고'를 주제로 오는 6일까지 새해의 모든 액운을 미리 막아 달라고 하는 의미의 굿 잔치를 펼친다. 단순히 굿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소통하며 새해 운세를 점쳐주는 재수굿도 진행된다.
굿판의 첫날인 3일에는 박수무당 이성재의 서울새남굿이 열렸다. 부정을 물리치는 장구 소리로 굿이 시작되자 이성재 박수가 신을 불러들이는 '청신가'를 부르며 등장했다. 이후 굿은 불사·천존·일월성신을 위한 '불사거리', 도당산신과 재가집의 본향산신을 위한 '도당거리', 덕불산의 최영 장군을 모셔 대접하는 '상산거리' 사도세자를 신격화한 별상을 위한 '별상거리', 작두장군을 모셔 그 용맹을 자랑하는 '작두거리', 오방신장을 모셔 놀래주는 '신장거리', 모든 대감을 모셔 재복을 달라고 기원하는 '대감거리', 굿판에 따라 든 잡귀와 잡신을 풀어먹이는 '뒤전거리'의 순서로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중간중간 편하게 굿을 설명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성재 박수는 미혼남녀에게는 결혼을, 아픈 사람들에게는 쾌유를, 학생에게는 학업의 결실을 빌어주며 굿판을 흥겹게 이끌어나갔다.
4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이수자인 이영희 박수가, 5일에는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이수자 이용녀 만신이, 6일에는 황해도무형문화재 제1호 만구대탁굿 전수교육조교 민혜경 만신이 신명 나는 굿판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연은 오후 2시에 시작되며 입장료는 3만3000원이다(사전예매 시 2만5000원).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