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사람”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 범죄기록 삭제

중앙일보

입력 2019.02.01 22:06

업데이트 2019.02.03 17:11

지난해 12월 17일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제주4·3수형인 생존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재심 청구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제주4·3수형인 생존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재심 청구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군사재판으로 인해 타지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의 범죄기록이 모두 삭제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4·3 수형 희생자 불법 군사재판 재심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옴에 따라 1일자로 재판을 청구한 18명의 수형인에 대한 불법 재판 내용과 범죄기록을 삭제했다.

이날 소식을 들은 원희룡 제주지사는 축하 메시지를 통해 “‘죄 없는 사람’이라는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며 “70년 동안 감내했던 고통과 한을 한순간에 풀 수는 없지만 ‘지연된 정의’가 실현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4·3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비롯해 4·3 완전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제갈창)는 지난 1월 17일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관되게 재판받은 이유를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고 예심조사나 기소장 전달 등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추정하기 어렵다”라며 당시 군사재판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임을 뜻한다. 공소기각 판결로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이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4·3 수형인은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서대문형무소와 대구·전주·인천 형무소 등 전국 각지로 끌려가 수감된 이들을 말한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수형인명부에는 2530명의 명단이 올라 있으며, 상당수가 행방불명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임씨 등 18명은 1948∼1949년 내란죄 등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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