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신용카드 한도 갑자기 확 줄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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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금융회사에 다니는 金모(37)씨는 며칠 전 부모님 생일선물을 사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80만원 정도 된 선물 값을 내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가 백화점 직원으로부터 "사용한도가 50만원밖에 안 되는 카드"라며 핀잔을 받았다.

당황한 金씨는 가까운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으려고 했지만 현금서비스 한도도 '0원'으로 나왔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金씨의 신용카드 사용한도는 1천만원, 현금서비스 한도는 5백만원이었다.

알고 보니 金씨가 거래한 하나은행이 지난 19일 카드고객 1만2천33명의 사용한도를 일률적으로 줄인 탓이었다. 하나은행은 올 들어서만 20만명의 사용한도를 이런 식으로 줄였다.

하나은행만 이런 게 아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을 하는 13개 은행은 올 6월 말까지 카드고객의 사용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식으로 카드회원을 1백18만1천명 줄였다. 조흥은행이 65만6천명을 줄여 가장 많았고 이어 ▶국민은행 44만9천명▶하나은행 10만명의 순이다.

은행 측은 카드 연체율이 계속 올라가 부실위험이 있는 고객의 카드한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한도 축소 대상도 ▶장기간 사용 실적이 없는 고객▶연체한 적이 있는 고객▶한도까지 쓰는 횟수가 많은 고객▶직장이나 자택 주소가 불분명한 고객▶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객 등 부실 위험이 있는 회원만 골랐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 약관상 고객의 사용한도를 줄이는 것은 은행 자율"이라며 "한도 축소는 일시적인 것으로 해당자가 은행에 와서 주소.소득 등을 입증하면 곧바로 한도를 복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등은 "카드를 발급할 때 주소나 연락처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은행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카드 사용한도를 일방적으로 줄이는 것은 카드사의 횡포"라며 "한도를 줄이기 전에 최소한 사전 통지는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이경준 카드사업본부장은 "카드사가 기존 고객의 자격을 까다롭게 따지고 있기 때문에 주소나 연락처가 바뀌었을 경우 카드사에 이를 알려줘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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