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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어머님, 주부⇒살림꾼 “이번 설엔 성차별 호칭 바꾸자”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설 명절을 맞아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자며 새로운 표현 7개를 제시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가족 호칭의 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보다 여성이 '성차별적이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설 명절을 맞아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자며 새로운 표현 7개를 제시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가족 호칭의 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보다 여성이 '성차별적이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친가’, ‘외가’부터 ‘시댁’, ‘처가’, ‘남자는 돈, 여자는 얼굴’ 등등 관용적 표현까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성차별 호칭' 개선 #집사람⇒'배우자', 친가⇒'아버지 본가'로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여성을 배제하거나 비하하는 성차별적인 언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1일 설 명절을 맞아 이 같은 성차별적 언어나 호칭을 양성평등 관점으로 바꾸자며 새로운 표현 7개를 제시했다.

이날 재단이 제시한 호칭은 주로 명절에 흔히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대개는 남성 쪽을 더 높여 부르거나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성차별적 언어나 관행적 표현이다. 남편 쪽 집안을 ‘시댁(媤宅)’, 여성 쪽은 ‘처가(妻家)’라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시가’ ‘처가’든, ‘시댁’ ‘처가댁’이든 서로 대칭을 맞추자는 것이다.

서울여성재단은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처럼 남편은 집 밖에서 일하고, 아내는 집 안에서 일한다는 왜곡된 성 역할에서 비롯된 호칭을 ‘배우자’로 통일해 부르자고 제안했다. 남편의 도움은 외조(外助), 아내의 도움은 내조(內助)라는 표현도 같은 차원이다. 그냥 ‘배우자의 도움’이라고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친가‧외가는 꾸준히 논란이 됐던 표현이다. “왜 아버지 쪽 부모님은 ‘가까울 친(親)’ 자를 쓰고, 어머니 쪽 부모님은 ‘바깥 외(外)’ 자를 써야 하는가”는 불만 여론이 많았다. 이 역시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로 풀어서 부르자는 게 재단의 권고다.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라는 표현이 어색하다면, 장인‧장모·시아버지‧시어머니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통일해 부르자는 제안은 어렵지 않게 수긍할 듯하다. 요즘은 양가 구분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연구원도 얼마 전 “기존 ‘장인어른’ ‘장모님’ 같은 호칭은 유지하되 양가 구분 없이 ‘아버님’ ‘어머님’으로 통일한다”는 정비안을 내놨다.

주부는 ‘살림꾼’으로 바꾸자는 게 재단의 권고안이다. 주부(主婦)의 사전적인 의미는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을 뜻한다. 애초에 여성을 지칭하는 것인데, 재단은 남성과 여성 모두 쓸 수 있는 ‘살림꾼’을 새 단어로 제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남성 ‘전업 살림꾼’은 16만여 명, 실제론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미망인 역시 구시대적 호칭이어서 ‘고(故) ○○○의 배우자’로 풀어쓰자는 제안이다. 미망인(未亡人)은 남편과 함께 죽어야 했으나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미혼모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체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아닐 비(非)’ 자를 써 ‘비혼모’로 순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지난해부터 5월부터 ‘성평등 생활사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엄마가 끈다는 뜻을 가진 유모차(乳母車)를 ‘유아차(乳兒車)’로, 몰래카메라를 성범죄 의미를 강조한 ‘불법촬영’으로 부르자고 제안해 호응을 얻었다.

강경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지난해 서울 시민들로부터 접수된 성차별 언어 중 가족·호칭에 대한 내용 522건을 따로 모아 국어·여성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선정한 것”이라며 “일가친척이 오랜만에 만나는 설 명절에 우선적으로 공유·확산해야 할 대표적인 호칭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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