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광주광역시청에서 자주 목격되자 공무원들 사이에선 “정 수석이 막후에서 광주형일자리를 열심히 뛰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31일 “우리도 정 수석이 광주를 오가는지 몰랐는데 그 이야기가 공무원들 입에서 먼저 나오더라”고 전했다.
정 수석은 이날 광주형일자리 협상이 타결돼 투자협약식이 체결되기까지 물밑에서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지역 노동계간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애써왔다. 정 수석은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투자협약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광주형일자리는 지난해 12월 4일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지역 노동계가 ‘35만대 생산까지 단체협약 유예’ 조항에 반발하며 무산됐다. 이후 정 수석은 해당 조항은 유지하되 ‘노사 합의로 임금 및 근로조건을 결정하도록 하는 근로자참여법 등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합의안에 포함시키자고 설득했고 지역 노동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협상 관계자는 “노동계가 단체협약 유예조항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것 아니냐고 반발하자 정 수석이 ‘노사 상생 모델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정해진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해석을 달아주자’고 중재했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 시절부터 광주형일자리 문제를 챙겨왔다. 지난해 6월 일자리수석에 승진임명될 때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은 “정 수석은 광주형 일자리를 실질적으로 준비해 온 분으로서 현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한층 더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해달라”고 소개했다.
정 수석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정책통’이어서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정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있다. 정 수석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차례로 정무기획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기획조정비서관, 대변인,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2017년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선 대선 공약을 가다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3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이었을때부터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정 수석은 평소 “내가 일자리 20만 개는 만들어야 된다”며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되면 한국 사회에 새로운 노사 상생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정 수석은 지난 26일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작년 우리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13만개 정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자리예산이 부족한 국가다. 일자리예산을 훨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일자리 질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질적인 점에서는 C나 D를 주겠다. 이빨이 나갈 정도니까요. 저는 이빨이 2개나 깨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수석이 광주형 일자리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에도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