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내친구] '검은 별' 가나 16강 원동력은 싱싱한 꿈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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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의 명문 리버티 클럽의 유소년팀(주황색 운동복) 선수들이 2월 가나 아크라의 맨땅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다. 아크라=박종근 기자

가나축구협회 코피 은시아 사무총장은 "우리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체코.미국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꺾을 줄 누가 알았나"라고 말했다.

2월 기자가 가나를 방문했을 때 그는 이렇게 자신했고, 그의 말대로 가나는 FIFA 랭킹 2위 체코와 5위 미국을 연파하고 조 2위로 당당히 16강에 진출했다. 가나는 이번이 월드컵 첫 출전이지만 아프리카 5개 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블랙 스타'(가나 대표팀 애칭)의 돌풍은 예견된 것이었다. 가나는 FIFA 랭킹 50위에 불과하지만 유소년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 있다. 1991, 95년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01년엔 20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했다. 마이클 에시엔(첼시), 스티븐 아피아(페네르바체), 새뮤얼 쿠포어(AS 로마) 등은 이미 청소년 레벨에서 정상을 경험했던 선수들이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와 마찬가지로 가나에서는 축구가 거의 유일한 신분 상승의 방법이다. 아이들은 해가 뜰 때부터 캄캄한 밤중까지, 시멘트.풀밭.모래사장 등 어디서나 맨발로 축구를 한다. 축구공이 없으면 동그란 플라스틱이나 나무 열매라도 찬다. 매우 좁은 공간에서 공을 차면서 자연스럽게 개인기를 익힌다. 유연성과 리듬감은 타고났다.

가나는 16개 팀이 프로리그를 구성하고, 그 밑에 내셔널 리그(2부) 48개 팀이 있다. 프로 팀은 대부분 12, 14, 17세 등 연령별 유소년팀을 운영한다. '싹수' 보이는 아이들을 뽑아 선수로 키워낸 뒤 유럽에 진출시킨다. 프로클럽을 유지하는 재원의 대부분을 '선수 장사'에서 만들어낸다. 14세 때 리버티 클럽에 스카우트된 에시엔은 3년 뒤 바스티아(프랑스)로 옮겼고,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을 거친 뒤 지난해 첼시로 이적하면서 무려 2600만 파운드(약 48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가나축구협회도 유소년클럽 육성에 열성을 기울인다. 협회 내 '내셔널 유프(유스 풋볼) 위원회'가 있고, 경기 때는 심판을 파견하기도 한다. 전국 리그인 유소년 챔피언십은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에서 재정 후원을 한다. 은시아 사무총장은 "우리 아이들은 성공에 굶주려 있다(hungry for success). 에시엔 같은 자질을 가진 선수는 전국에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E조 2위 가나는 F조 1위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브라질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블랙 스타'도 그리 호락호락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노버=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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