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언론대응 유연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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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문수 의원 및 4개 언론사에 대한 민사소송 진행을 왜 중지시켰을까.

일단 청와대는 퇴임 후 소송을 계속 진행해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나 "5년 뒤 일을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그래서 사실상 소(訴)를 취하한 것과 다름없다는 관측이 많다.

중지 신청 사유 중 하나로 盧대통령은 "국정 운영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국민적 단합"을 이유로 들었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소송 연기의 배경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각계 원로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新) 4당 체제 아래서 대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고려도 있었던 듯하다. 청와대가 법원에 소송절차 중지 신청을 한 시점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투표 하루 전인 25일이다. 중지 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 주 초다. 결과적으론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시점을 보면 야당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한 흔적이 있다.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일 盧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가 김문수 의원에 대한 소송 취하를 요구한 것이 참작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오늘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으면 그렇다고 했을 텐데…"라며 답변을 흐렸다.

법조계 일각에선 최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의원과 언론사의 도덕성 의혹 제기를 문제삼은 盧대통령의 소송 자체가 처음부터 승소 가능성이 작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면 망신이고 이겨도 공정성 시비 때문에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청와대가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문수 의원은 "소송절차 중지 신청은 피고들이 진실을 규명하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라며 "盧대통령은 잘못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아예 취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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