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호령하던 한국 휴대전화업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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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휴대전화 업체들이 주춤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크게 나빠졌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1%포인트 줄어든 12.9%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적자를 냈다.

3월 이후 5월까지 3개월 연속 휴대전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 특히 4월에는 지난해 4월에 비해 수출액이 14.4% 감소했다.

이에 반해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은 상승했다. 모토로라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분기 2.5%포인트에서 올 1분기 7.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4년만 해도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했다. 당시 모토로라의 영업이익률은 삼성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모토로라보다 떨어졌다.

2분기에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2분기에 7.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모토로라의 회생과 인도.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의 부진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다가 원화 강세까지 겹쳐 업체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됐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를 극복하기 위해 2년 전 야심작으로 만든 레이저폰을 들고나왔다. 이후 2년간 레이저폰은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에드 잰더 모토로라 회장은 지난 4월 "2분기 중으로 5000만번째 레이저폰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이 고기능.고가 제품에 주력하는 동안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급성장하는 신흥 시장을 저기능.저가 제품으로 공략해 시장을 장악했다.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인도시장에서 대당 40 ̄50달러의 저가 휴대전화기로 휴대전화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 1 ̄5월까지 국내 업체의 휴대전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한 데 그쳤다. 반면 올 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신흥 시장의 급성장 덕분에 14%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시장 성장을 국내 업체들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전체 수출액 중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8.4%로 절대적이다. SK증권 이지훈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성.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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