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사태’ 놓고 미국-러시아 안보리서 정면 충돌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러시아가 주말인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로 정면 충돌했다. 반미 정책을 구사해온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중국이 친미 성향의 국회의장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려는 미국·EU와 대치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로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사태'로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안보리 회의는 미국이 요청한 것으로,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의 내정 문제"라며 반대하는 가운데 전체 15개 이사국 중 정족수에 해당하는 9개국이 찬성해 가까스로 개최됐다.

폼페이오 "국제사회, 과이도 지지해야" #러시아측 "美, 베네수 쿠데타 기획" #美 '과이도 지지 성명' 추진하지만 #러시아,중국 반대 속 채택 어려울 듯

회의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스스로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촉구했다. 반면 러시아는 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든 국가가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며 "자유의 힘에 찬성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마두로 정권의 대혼란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두로 정권에 대해선 베네수엘라를 "불법적인 마피아 국가"로 전락시켰다고 맹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마두로 정권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국제 사회는 마두로 축출에 나선 과이도 의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베네수엘라는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고, (이 문제는) 안보리 의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면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다. 베네수엘라를 극심한 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왼쪽)과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EPA=연합뉴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왼쪽)과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EPA=연합뉴스]

네벤쟈 대사는 또 "미국은 오랫동안 남미 내정에 간섭해왔다"며 "워싱턴은 남미를 자신의 뒷마당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측도 "이번 사안은 베네수엘라의 주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보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러시아에 힘을 보탰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의회를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일한 기관으로 인정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성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회의장인 과이도에 정당성을 실어주는 게 된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고 있어 채택은 어려울 전망이다. 안보리 성명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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