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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이정미 "민주당이 사법개혁 주장? 검·판사 코웃음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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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 기자

지난 22일 국회 본청 223호에서 만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2017년 7월 11일 ‘포스트 심상정 체제’를 이끌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쉬지 않고 달려왔다. 2년 임기 종료 시점을 6개월 앞둔 이 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4ㆍ3 보궐선거에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성산을 사수하는 일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 역시 이 대표와 정의당이 사활을 거는 부분이다. “만약 당 대표를 연임하면 과로사할 것 같다”는 이 대표를 밀착마크 했다.

창원 성산에서 필승하려면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닌가. 
정의당이 자유한국당을 자력으로 뛰어넘는 것이 상수다.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면 정의당으로 단일화하는 그 길 하나밖에 없다. 정의당이 의석을 확보하면 민주평화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을 최우선적으로 해나갈 것이고 그 속에서 개혁동력을 다시 만들어 나가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14일 창원시청 회의실에서, 4월 보궐선거 청원 성산 지역에 출마한 여영국 후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정미 의원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14일 창원시청 회의실에서, 4월 보궐선거 청원 성산 지역에 출마한 여영국 후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정미 의원실]

노회찬 전 의원 사후에 두자릿 수까지 치솟았던 당 지지율이 정체기를 맞은 이유는. 
국민들은 한꺼번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진 않는 것 같다. 지금은 5석 미니정당이기 때문에 존재감을 더 확실히 드러내야 한다고 본다. 창원 성산에서 이기면 저희 실력을 좀 더 인정해줘야겠다, 2020년 총선에서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하도록 더 지지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노회찬, 심상정을 이을 스타 정치인이 진보 정당에서 또 나올 수 있을까. 
사실 스타로 클 수 있는 그라운드가 너무 작다. 당 대표로서 그것을 확장시키고 거기에 준비돼 있는 많은 정치인들을 올려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임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부터)와 심상정 의원, 노회찬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부터)와 심상정 의원, 노회찬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스로를 스타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반(半)스타? 스타인듯 스타아닌 스타같은 너. (웃음) 이정미가 누구인지 좀 관심이 생겨서 보기 시작한 단계 같다. 총선에서 재선을 한다면 진정한 스타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한국외대 84학번인 이 대표는 우연히 대학 선배를 통해서 봉제공장 노동자 전태일의 죽음을 알게된 후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등록금 문제 등으로 1학년 2학기에 휴학을 했다가 결국 중퇴했다. 1988년 인천 영원통신에 입사하면서 노조 결성 등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2000년 민주노동당, 2012년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에 모두 참여했고 최고위원, 대변인 등을 지냈다. 부정경선 사태가 터지자 통진당을 탈당해 2012년 10월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과 함께 만든 게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이다. 2016년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20년에는 인천 송도에 출마해서 재선을 노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8월 25일 국회 견학을 온 송도 주민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정미 의원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8월 25일 국회 견학을 온 송도 주민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정미 의원실]

2020년 출마 준비 중인 인천 연수을(송도) 분위기는 어떤가.
이정미와 딱 어울리는 지역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송도는 인천의 변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그런 변화를 수용할 새로운 인물, 변화를 힘있게 끌고 갈 강한 정치인이 필요한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어떻게 평가하나. 
나쁜 정권이었다면 그냥 그렇겠거니 생각했을텐데 국민들이 그 추운 겨울 거리에서 6개월 동안 촛불을 들어 탄생시킨 정부다. 이들이 요구한 건 기득권 세력 해체다. 20대 청년들이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도 기득권의 특권과 반칙 때문에 자신들에게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기득권 세력의 연합에 주춤거리거나 뒷걸음질치면서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내놓는 방식으로 지금 이 정부가 운영되고 있는 거, 이게 너무나 안타깝다. 집권 3년차인 올해가 라스트 타임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2일 사고로 숨진 후에도 한 달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빈소(서울대병원 장례식장)를 찾아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2일 사고로 숨진 후에도 한 달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빈소(서울대병원 장례식장)를 찾아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이 대표가 요즘 목에 핏대를 세우는 이슈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개입 의혹이다. 현 정부가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악재가 터진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 의원을 당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사임시키고 국회 윤리특위에서 배제했다.

서영교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조치, 적절했나. 
자기 당 안에 사법농단과 연루돼 있는 국회의원 하나 처리를 못하는 당이 어떻게 사법개혁하자고 주장을 할 수 있겠나. 검찰이나 판사들이나 코웃음치지 않을까?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그 기준으로 서영교 의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판단하시면 된다고 본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는 아니더라도 공직자로서 이해충돌은 맞다고 보나. 
손혜원 의원이 문화재를 너무 사랑하는 것 하고 국회의원이 그런 방식으로 문화재를 부흥시키는 것이 옳은가는 굉장히 별개의 문제다. 국회의원이라는 지위가 갖는 무게감에 대해 좀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제5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유시민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15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제5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유시민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15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의당 창당에 참여했지만 지난해 결국 탈당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얘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 “정치에서 멀어지고 싶다”며 정의당 평당원 신분을 정리했다. 이후 한동안 방송활동에 전념하다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본인이 여러차례 부인하는데도 정계 복귀 및 차기 대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시민 이사장의 정계 복귀 가능성은. 
유시민 전 대표가 다시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사실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유 전 대표가 정의당을 나가지 않았을거다.

민주노총은 28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노동개혁 후퇴로 경사노위 참여가 어려워진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축으로서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정규직 쟁취 결의대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제대로 된 정규직 쟁취 결의대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이 왜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나.
민주노총이나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도 못한, 노조조차 가질 수 없는 많은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비정규직 청년ㆍ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들을 대변하기 위한 사회적 의제들을 가지고 경사노위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된다. 그래야 좀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신 ‘하방연대’, 자기보다 더 낮은 곳을 향해 가는 연대를 강화해야 될 때다.
민주노총도 하나의 기득권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는 일부 몇몇 대기업 노동조합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는 저도 상당히 안타깝고 또 비판받아야 될 부분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노조 일들이 너무 ‘침소봉대’ 돼서 그것이 민주노총 전체의 모습으로 얘기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양당에 선거제도 개혁 합의를 요구하며 10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각각 20일 넘게 단식을 한 적도 있다. 이 대표는 “14년 전 청년일 때는 28일을 굶고도 펄펄 날아다녔는데 이번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선거제 개혁 합의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선거제 개혁 합의를 요구하며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 개혁’ 요구 위한 투쟁 방식, 단식이 최선이었나. 
정의당이 작은 정당인데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결국은 정쟁 속에 다 파묻히게 된다? 그러면 꽥 소리라도 내야되는 거다. 선거제도 개혁이 정의당 좋자고 하고 있는게 아니다. 거대양당 제도가 정치를 얼마나 망가뜨려 왔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시면 다당제 구조를 정착시켜야 될 필요성을 느끼실 거다.

“내년 4월이 총선인데 올해 선거제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이 대표는 “한국당이면 모를까 민주당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집권여당이 자기 공약을 죽기살기로 관철시키려고 노력해도 부족한데 ‘이거 어차피 안 될거야’라니…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보다 민주당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더 중요한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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