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살인' 30년 선고에 오열한 딸들 "재범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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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엄마 한 풀어드리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찾아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웃으면서 엄마 납골당 찾아가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어려울 것 같네요.”

‘아빠를 사형시켜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려 모두를 안타깝게 했던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들은 25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지난해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 A(47)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50)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허망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큰딸 김씨는 ‘오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많이 아쉽다”고 답했다.

김씨는 “사형을 원했는데 무기징역이 구형됐고, 반성문을 제출한 게 인정이 돼서 30년으로 형이 낮춰졌다”며 “가족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재범에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많이 두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반성문을 제출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반성문 제출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건번호를 조회해보고 제출한 걸 알았다”라며 “뉘우쳐서 (쓴 거라면 반성문을) 읽어볼 생각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읽어볼 생각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불어 김씨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평생 바뀔 일은 없다”고 못 박듯 말했다.

또한 김씨는 “얼마 전 사건기록을 열람해 조사 내용을 확인했는데 불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둥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더라”며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더욱 용서할 수 없고, 평생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6개월간 인터넷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서명운동을 받고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서 탄원서도 냈는데 생각보다 (형량이) 낮게 나와서 지금이 제일 힘든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의 어머니 역시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사람을 죽였는데도 사형시키지 않고 그냥 놔둔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김씨는) 나오면 딸들까지 차례로 죽인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의 자매들도 징역 30년이 선고된 이후 법정에서 크게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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