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 환상 못 버리면 제2, 제3 라돈 사태 계속될 것”

중앙일보

입력 2019.01.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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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덕환 교수가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에틸알콜과 메틸알콜 분자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덕환 교수가 지난 18일 연구실에서 에틸알콜과 메틸알콜 분자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지난 15일 개정 ‘생활방사선법’이 공포됐다. 지난 한 해 광풍처럼 전국을 휩쓸었던 ‘라돈침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법은 오는 7월16일부터 발효된다. 앞으론 침대나 베개·팔찌 등 신체밀착형 생활제품에는 방사성 원료물질인 모나자이트를 아예 쓸 수 없게 된다. 또 음이온을 내세운 허위광고도 할 수 없다. ‘라돈침대 사태’의 한쪽 편에는 이덕환(65)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있었다. 그는 라돈침대 사태 때는 물론 지난 수십 년간 방사성 물질의 위험과 함께 음이온의 환상을 비판해온 학자다. 라돈침대 사태 역시 출발은 음이온이었다. 최근 서울 신촌 서강대 연구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방사성 물질 경고해온 이덕환 교수
과학적 근거 없이 건강제품 맹신
음이온 공기청정기·에어컨도 위험
오존 같이 나와 기관지에 해로워
게르마늄 관련 주장은 모두 허위

개정 생활방사선법이 공포됐다.
“개정 방향은 맞지만 너무 늦었다. 지난해는 라돈침대 사태로 혼돈의 한 해였다. 문제 제기까지는 좋았지만 해결 방식은 최악이었다. 위험을 지나치게 증폭시켰다. 이렇게 온 나라가 마비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처신 때문에 온 국민이 돌부리를 지뢰밭으로 인식하게 됐다. 정부의 무능, 비전문성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지난해 수거·분해한 매트리스가 아직 대진침대 본사 창고에 쌓여있다. 정부는 ‘소각한 후 매립’ 방침을 고민 중이라는데.
“결국 드럼통으로 넣어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보내는 수밖에 없다. 2011년 문제 됐던 서울 노원구의 아스팔트도 결국 방폐장으로 갔다. 땅에 묻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만, 그러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했어야 했다.”
애당초 왜 모나자이트를 수입했을까.
“모나자이트는 희토류를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이다. 토륨이라는 차세대 원전 원료를 뽑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용도 모두 국내에는 관련 산업이 없다. 결국 모나자이트는 국내 한 중소기업이 음이온 마케팅을 위해 수입한 것이다. 모나자이트 방사선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음이온이라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여러 업체가 토르말린·게르마늄·칠보석 등의 광물로 음이온 마케팅을 해온 터였다.”
앞으로 이 법이 시행되면 라돈침대 사태와 같은 문제는 더 이상 없을까
“라돈침대 사태는 해결되겠지만 기업과 소비자가 음이온과 같은 유사과학에 집착하는 한 모나자이트가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등장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음이온 환상이 있는 한 제2, 제3의 라돈침대 사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음이온 환상이 뭔가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몸에 좋은 음이온이 나온다고 홍보하는 생활용품이 여전히 넘쳐난다. 라돈 침대 역시 음이온이 나오는 건강한 침대라는 홍보 마케팅이 빚은 참극이다. 침대 제조사도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를 몸에 좋은 음이온이 발생하는 신비한 광물질이라고 여겼을 정도로 무지했다.”
아직도 음이온 기능을 얘기하는 제품들이 팔리고 있다.
“일부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음이온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사실은 심각한 거다. 대부분 전기 방전을 이용하는데 음이온만이 아니라 살균기능이 있는 오존도 같이 발생한다.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와 다르지 않은 매우 위험한 제품이다. 기관지에 위험하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보도됐다. 정부가 나서서 금지해야 한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오존 허용 기준을 정해 기준치 이하의 경우에는 제품 인증을 해주고 있는데, 오존은 발생량이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나라에서 여름이면 ‘오존 경보’도 내리는 판에 밀폐된 실내 공간에 오존이 쌓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게르마늄 관련 제품도 있다.
“게르마늄에서는 방사선도 음이온도 나오지 않는다. 게르마늄 관련 주장은 하나도 믿을 것이 없다.”

글·사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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