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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혐의 말레이 前총리, 뮤직비디오까지 찍어 "정치보복"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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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가 자신이 정치보복의 피해자라고 호소하며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눈길을 끈다. 24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2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흑인 보컬 그룹 맨해튼스의 명곡 ‘키스 앤 세이 굿바이(Kiss and Say Goodbye)'를 불렀다.

지지자 10여명과 함께 마이크 앞에서 선 그는 “산처럼 높았던 희망은 부서져 먼지가 됐다. 난 당신이 약속한 모든 것을 믿었다”는 부분을 직접 불렀다. 또 이 곡의 도입부에서는 내레이션으로 “(총선이 치러진) 2018년 5월 9일 나는 (총리직에서) 쫓겨났다. 내 생애에 가장 슬픈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오랫동안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분투해왔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는 자신이 현 여당 연합 희망연대(PH)의 중상모략과 정치보복에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며 현 정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소속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당원들의 요구로 뮤직비디오를 찍게됐다”라면서 “당원들은 과거 우리가 해낸 많은 좋은 일들에 향수를 느끼고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조 원대 나랏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15년 말 1MDB가 1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떠안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자금이 횡령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국민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야권에 몰표를 던져 나집 전 총리를 권좌에서 내쫓았다.

현재 나집 전 총리는 배임과 반부패법 위반, 자금세탁 등 39건의 혐의로 기소돼 내달부터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나집 전 총리는 리베이트 스캔들을 폭로하려다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몽골 출신 여성 모델 살인 사건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와 의혹을 모두 부인하면서 전통적 지지세력인 말레이계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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