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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본 '멘탈甲' 손혜원···"친해도, 적이어도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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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2일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한 뒤 홍영표 원내대표의 어깨에 손을 올린 모습(사진)을 보고 ’이게 국회냐, 이게 정말 나라냐 싶다“며 비판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2일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한 뒤 홍영표 원내대표의 어깨에 손을 올린 모습(사진)을 보고 ’이게 국회냐, 이게 정말 나라냐 싶다“며 비판했다. [뉴시스]

“정말 멘탈은 ‘갑(甲)’이네.”

“오늘 입은 코트 참 예쁘다 하니 #같은 것 사서 여성 의원들에 돌려” #탈당 다음날 체육계 성폭력 회견 #국회 관계자 “정말 멘탈은 갑”

21일 손혜원 의원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국회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지 하루 만에 또 다시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 섰다. 이번엔 ‘젊은빙상연대’와 함께 빙상계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어지간한 의원이었으면 탈당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전혀 다른 사안으로 언론 앞에 다시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 텐데 손 의원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빙상계 회견’을 두고 네이밍 전문가인 손 의원이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 브랜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손 의원실 직원들은 요즘 밤샘근무를 밥 먹듯이 한다더라. 부동산 투기 의혹 해명자료 만들랴, 유튜브 방송하랴,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챙기랴 일복이 터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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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본 손 의원은 업무에선 확실히 성과를 내고, 통 크게 인심도 쓸 줄 아는 스타일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당 이미지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당원이 많다. 당 홍보위원장 시절 손 의원은 과제가 생기면 하루 만에도 뚝딱 완수해 당직자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몇몇 여성 의원들 모임에서 “손 의원, 오늘 입은 코트가 참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참석자 전원에게 같은 코트를 사서 선물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선 절대 타협이 없는 데다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보다는 유튜브·페이스북 등 SNS의 반응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손 의원과는 친해서도 안 되고 적이 돼서도 안 된다. 고집이 워낙 세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자신의 의도는 항상 선하고 옳다고 생각한다. 한 번 싸워본 사람은 다시는 엮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지난해 문체위 국정감사 때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증인으로 세웠다가 결과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감 증인을 채택할 때는 통상 같은 당 의원들끼리 협의하고 여야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는 ‘딜’을 하는 수순이다. 문체위 여당 간사였던 손 의원은 이런 협의 과정을 다 무시하고 선 감독을 증인 명단에 넣어 버렸다고 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동료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하자 손 의원은 “SNS에서 1200만 야구팬들이 선동열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느냐, 이거 분명히 대박 친다”고 호언장담을 했다는 것이다. 문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보좌진이 질의서는 합리적으로 잘 준비했던데 선 감독이 호락호락하지 않자 손 의원이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손 의원이 자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출근도 안 하고 연봉 2억원 받는 것 아니냐’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 역풍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전문가로 뜬 사람들은 손 의원과 비슷한 스타일이 많다.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야 남들을 설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주변의 반대가 있어도 그걸 뚫어내는 돌파력이 없으면 이 계통에선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탈당 후에도 손 의원의 스타일엔 변함이 없다. 민주평화당의 중진인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는가 하면,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공직자 이해 충돌에 대해 (손 의원이)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하자 “잘 모르는 일이라고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에선 “지도부가 손 의원 사태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불만도 적잖다. 사실 당 지도부로선 2020년 총선에도 안 나간다는 손 의원을 컨트롤 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측면도 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고 동창으로 친분이 두텁기 때문에 당 지도부도 쩔쩔맨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고 탈당을 한 사람이 탈당회견 때 홍영표 원내대표는 왜 옆에 세웠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당에 부담을 팍팍 주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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