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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도 공대도 못버텼다···대학가에 닥친 '취업 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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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입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업 입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대졸 취업률이 역대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이른바 SKY라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취업률도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전공에 비해 취업이 잘 되는 공대 취업률마저 크게 떨어졌다. 대학과 전공을 가리지 않고 취업 한파가 닥쳤다는 의미다.

중앙일보가 최근 4년간(2014~2017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고등교육기관 취업통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년제 일반대 평균 취업률은 4년새 64.5%에서 62.6%로 낮아졌다.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기간 SKY 대학의 취업률도 급락했다. 서울대 취업률은 2014년 71.2%에서 매년 떨어져 2017년 68.3%가 됐다. 같은 기간 고려대도 74.2%에서 68.2%로, 연세대도 72.3%에서 68.7%가 됐다. SKY를 포함한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으로 범위를 넓혀도 69.2%에서 67.1%로 낮아진다. 취업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상위권 대학들도 취업 한파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KY 중 한 곳에 다니는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지난해 20여개 기업에 지원서를 냈지만 절반은 서류 통과조차 하지 못했다. 이씨는 “예전엔 SKY를 무조건 뽑아주는 기업들도 있었다는데, 요즘엔 뽑는 인원이 적다보니 서류 합격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대학 전공 계열별 취업률을 보면 의학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이 타격을 받았다. 특히 취업이 잘 되는 전공으로 여겨지는 공학 계열의 취업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의 취업률 하락폭이 2%포인트 안팎인데 반해 공학 계열은 5.6%포인트 하락했다.

교육부는 취업이 잘 되는 공학 계열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유도해왔다. 때문에 공학계열 졸업자는 2014년 6만9417명에서 2017년엔 8만875명으로 1만1458명 늘었다. 하지만 취업자는 4982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무엇보다 대학에서는 공대에서도 취업이 잘되던 '전화기'(전자전기, 화공, 기계)마저 취업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이나 건축 등은 관련 산업 경기에 따라 취업 시장도 크게 흔들리지만 '전화기'는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고려대 기계공학부, 연세대 기계공학과 모두 취업률이 최근 1년새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취업지원센터장은 "조선과 중공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IT가 유일하게 채용을 많이 했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줄었다"며 "불과 5~6년 전에는 큰 노력 없이도 공대 취업률 80% 중후반을 기록했는데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70% 중반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업 시장 정체 해소 쉽지 않아" 

문제는 앞으로도 대졸 취업시장이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62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정규직 신입 또는 경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59.6%로 지난해 채용했다는 응답(75%)보다 크게 줄었다. 10곳 중 4곳은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취업난 해소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미래인재본부장은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이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의 질을 높이는데 치중하면서 양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9월 경북대에서 대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2018 지역인재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경북대에서 대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2018 지역인재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중앙포토]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체된 취업 시장에 숨통이 트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1990년 대학 진학률이 33%에 불과했을 당시 대졸자들이 나눠가진 일자리를 대학 진학률이 75%에 달하는 지금 대졸자들이 이어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노동 시장은 파이프와 같아서 앞쪽(앞 세대)이 빠지지 않으면 뒷쪽(뒷 세대)이 들어가기 어렵다"며 "소위 좋은 대학 출신도 그들이 갈만한 일자리가 꽉 차있어서 진입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서울에 편중된 일자리가 대졸자 취업 경쟁을 심화시킨다"며 "지방으로 일자리를 옮겨야 막혀있는 노동 시장의 파이프가 좀 더 쉽게 뚫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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