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화문 GTX역 추가비용 1900억…정부·서울시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지하에 GTX-A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지하에 GTX-A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지하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경기도 동탄~운정)역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역 설치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불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서울시 전액 부담'원칙을 고수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GTX-A 광화문역 설치" 발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에 포함 #역 추가에 1500억~1900억원 소요 #사업비 부담두고 서울시, 정부 이견 #서울시 "정부가 상당한 비용 부담해야" #국토부 "역 추가 비용 전부 서울 책임" #양측 타협 못하면 공사 차질 우려도 #신분당선도 서울시 비협조로 지연

 22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인 21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이어지는 지하 공간을 활용해 GTX-A 역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원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도심의 차량 통행량을 줄이고 교통난을 해소할 뿐 아니라 수요 증가 등 GTX-A의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광화문에 GTX-A 역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역 신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예산 10억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21일 공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당선작 조감도.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21일 공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설계 당선작 조감도. [사진 서울시]

 문제는 사업비 조달이다. GTX-A 역 추가 설치에는 약 1500억~1900억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철도업계는 추정한다. 서울시는 일단 GTX-A가 광역철도이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정부가 사업비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선 광역철도의 경우 정부가 사업비의 70%를, 지자체가 30%를 각각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서울시는 예외적으로 정부가 50%만 지원토록 했다.

 이 규정을 적용하면 정부 부담금이 최소 750억원가량 되는 셈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민자 50%, 정부 30%, 서울시 20% 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순구 서울시 철도계획팀장은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토부와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지난해에 이미 '추가 역 건설비 및 운영손실 발생 시 그 손실액을 서울시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문으로 서울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설계가 모두 끝나고 착공식까지 마친 상황에서 역 추가 설치 요구는 부적절하다"며 "하지만 만약 서울시가 필요한 사업비를 모두 대겠다고 하면 역 추가 설치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역을 추가할 경우 설계 변경과 교통영향평가 등 각종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해 GTX-A의 개통이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GTX-A 착공식.[연합뉴스]

지난해 말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GTX-A 착공식.[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역 추가 방안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충돌할 경우 GTX-A 건설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TX-A는 지난해 말 착공식을 가졌으며, 현재 실시설계 감리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어 3~4개월 뒤쯤 실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계획대라면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 개통이 목표다. 하지만 굴착 허가 등 공사 관련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비협조적일 경우 사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신분당선은 역 추가 설치를 놓고 서울시와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등 논란 끝에 개통이 예정보다 2~3년 지연됐다. [사진 네오트랜스 홈페이지]

신분당선은 역 추가 설치를 놓고 서울시와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등 논란 끝에 개통이 예정보다 2~3년 지연됐다. [사진 네오트랜스 홈페이지]

 실제로 2005~2006년 신분당선 건설 공사 당시 서울시가 양재 IC 부근에 역 추가 설치를 요구하면서 공사 관련 허가를 내주지 않아 완공이 1년 넘게 늦어진 바 있다. 당시에는 역은 추가하지 않는 대신 정차역 위치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에 양측이 뒤늦게 합의하면서 공사가 정상화됐다.

 게다가 GTX-A 사업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일부 지역에서 공사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민원이 늘고 있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서는 서울시와 정부가 어느 정도 타협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철도 관계자는 "삼성~동탄 GTX 사업에서 성남과 용인역을 추가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7대 3의 비율로 사업비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이런 사례를 보면 정부가 서울시의 지원 요청을 완전히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